영화관서 영화 안 본다…'입학설명회·야구중계' 외도 나선 극장
롯데 극장서 중앙대 입학설명회…CGV는 뜨개질
관객수·개봉작 동시 감소 '고육책'…"생존 어렵다"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영화관 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대신 대학 입학설명회·스포츠 생중계 등을 여는 '외도'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관객 수와 개봉작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자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오는 24일부터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10개 도시 11개 지점에서 중앙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설명회 'CAU 웨이브 시네마 투어'를 진행한다.
통상 대학 입학설명회는 체육관이나 대규모 회의시설 등을 빌려 진행된다. 애초에 용도가 다르다 보니 여러 불편함이 제기됐지만, 영화관은 최신 음향 시스템과 대형 스크린, 넓고 푹신한 좌석에 교통 접근성까지 뛰어나 입학설명회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대학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영화관은 전국 어디나 시설이 비슷해 동일한 품질의 입학설명회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서울권 대학은 해당 대학 강당에서 설명회를 열면 지방 수험생의 참석률이 저조했지만, 이들에게 정보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영화관의 '외도'는 CJ CGV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CGV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뜨개질을 하며 영화도 관람할 수 있는 '뜨개상영회'를 열고 있다. 푹신한 소파에서 지인과 함께 뜨개질을 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1월 시범적으로 열린 뜨개상영회가 전석 매진되자 CGV는 즉시 정기 일정으로 변경했다.
CGV는 영화 대신 프로야구도 생중계한다. 지난 18일에는 'KT 위즈 vs LG 트윈스' 경기와 'SSG 랜더스 vs 한화 이글스' 경기가 중계됐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게 아니다. CGV인천에서 운영하는 '야구 특화 상영관'에선 앉은 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해 받고, 식음 전용 테이블에서 즐기며 응원할 수 있어 팬들의 관심이 높다.
영화관이 외도에 나선 이유는 최근 침체된 극장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주말 저녁인데도 상영 극장 내부가 텅 비고, 개봉 영화도 부족해 '리마스터링 버전' 같이 과거 영화를 재탕하는 일이 반복되자 차라리 '다른 관객'으로 극장을 채우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영화 관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 명에서 5년 후인 지난해에는 1억2313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는 지난해에서 한 번 더 반토막이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3.1%(388억 원) 줄었고, 관객 수도 41.8%(390만 명) 감소했다.
여기에 개봉 영화까지 감소해 관객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는 지난해 총 37편 개봉해 2019년(45편) 대비 18%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 촬영한 후 늦게 개봉한 '창고 영화'까지 포함한 숫자다. 올해 국내 5대 투자배급사의 개봉작 수는 20여 편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영화관 업계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줄줄이 참담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메가박스는 1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폭이 전년 동기(-14억 원)보다 635% 확대됐고, 롯데시네마도 영업손실이 10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CJ CGV도 국내 영화 사업에 한정하면 1분기 3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는 여러 일회성 행사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3월 강남점 리뉴얼 오픈 준비 과정에서 점심시간에 상영관을 소등해 낮잠을 잘 수 있는 이벤트를 5일 동안 열었다. CGV는 지난 4월 출판사와 협업해 책과 영화를 연결한 도서 큐레이션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존처럼 영화를 상영하는 것만으로 생존이 어렵다"며 "스포츠 중계나 대학 입학설명회같이 영화관을 플랫폼으로 한 협업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themoon@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