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6년 '특허전쟁'…"진짜 싸움 이제부터"
6년 소송전, LS전선-대한전선 1승씩 거두며 사실상 일단락
11조 서해안 송전망 사업 앞두고 '해저 케이블 기술 유출'도 파장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장기간 소송전을 벌여왔던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이 '전쟁급'으로 확전할 조짐이다. 6년간 이어진 두 법정 공방은 일단 정리되는 수순이다. 하지만 최대 11조 원 규모의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을 앞두고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이 세 번째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지난 13일 LS전선(104230)이 대한전선(001440)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1심(4억 9623만 원)보다 3배 높은 15억 1628만 원으로 결정됐다.
앞서 LS전선은 2019년 9월 대한전선의 버스덕트(Busduct·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용 조인트키트 내 부속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LS전선의 손을 들어줬다.
양사의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2018년 기아 화성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놓고도 쟁송 중이다. 기아는 2019년 송전선로 시공을 담당한 LS전선과 자재를 납품한 대한전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과 2심 모두 LS전선의 단독 책임으로 판결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은 셈인데, 업계에선 최근 특허소송 2심 판결로 양사의 해묵은 소송전은 일단락이 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LS전선은 이미 1월 상고장을 냈고, 대한전선도 상고할 가능성이 높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기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진짜 싸움'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 기술 탈취 논란이다.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지난해 6월 내사에 착수해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를 벌여온 경찰은 올 상반기 수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경찰 수사가 '기술 유출'로 결론 날 경우 양사 간 세 번째 소송전이 불가피해진다.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한 금액이 1조 원이 넘는 만큼 조(兆) 단위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한전선 측은 자체 해저케이블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을 탈취할 이유가 없고, 피의자로 특정된 건축사무소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36년까지 호남에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620㎞ 길이 HVDC 해저 송전망을 까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은 정부 예산만 7조 9000억 원, 민간 투자까지 고려하면 최대 11조 원 규모 시장이 열리는 대어(大漁)다. 업계는 한국전력이 이르면 2027년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이 당진에 HVDC 해저케이블 2공장을 짓는 이유도 이 사업 때문이다.
양사 모두 사활을 건 사안인 만큼, 전선 업계 '투톱'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벌였던 다툼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지난해 여론전과 고소·고발로 전쟁을 치렀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은 아직 경찰 내사 단계여서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LS전선 측에서) 소송전에 나설 경우엔 그룹 간 분쟁뿐 아니라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내에선 시한폭탄 같은 이슈"라고 말했다.
dongchoi89@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