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어디서 살 수 있냐"…로봇 입고 걷자 7080세대 몰렸다[르포]
웨어러블 로봇 '윔 S' 체험…에어·등산·아쿠아·케어 4개 모드
오르막 밀어주고, 내리막 잡아주는 AI…"상반기엔 휴머노이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어디서 산 겁니까?"
지난 16일 정오 무렵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양 허벅지에 웨어러블 로봇 '윔 S'(WIM S)를 착용하고 걷는 기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한 노인이 다가와 물었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로봇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노인은 "나도 하나 사고 싶다"며 끄덕였다.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위로보틱스는 지난 16일 그랜드하얏트호텔 서울에서 2세대 개인용(B2C) 제품인 '윔S'를 공개했다. 지난해 출시를 하기도 전부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1세대(윔)의 후속작이다.
윔S는 본체가 달린 밴드를 골반에 감고 양쪽 허벅지에 로봇 구동기를 장착하면 준비 완료다. 전원 버튼을 켜고 블루투스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결하면 로봇이 스스로 몸을 감싸듯 잡아준다. 걸음을 내딛자 영화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듯 발이 쭉 뻗어진다.
윔S는 1세대보다 인체공학 디자인과 기능을 보다 개선했다. 외국 경쟁사보다 훨씬 가벼운 1.6㎏ 무게는 유지하면서 배꼽에 위치하는 본체 부피를 80% 줄여 신체 균형감은 높였다. 보행 모드는 기존 3단계(보조·운동·휴식)에서 4단계(에어·등산·케어·아쿠아)로 세분화했다.
'에어 모드'(평지 보행)로 걷자 로봇이 몸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다리를 살짝살짝 밀어줬다.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성큼성큼 걸음이 나간다. 천천히 걷다가 돌연 뜀박질을 해봐도 딜레이(지연) 없이 로봇이 걸음을 보조한다.
백미는 '등산 모드'와 '아쿠아 모드'다.
등산 모드로 공원 비탈길을 오르자, 마치 자전거를 밀어주듯 로봇이 다리를 받쳐줬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선 로봇이 다리를 지그시 잡아주기 때문에 관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
아쿠아 모드로 전환하자 로봇이 다리에 압력을 가해 마치 물속을 걷는 듯 저항감이 느껴졌다. 각 모드는 1~4단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높은 4단을 설정하자 스쾃하는 것처럼 강한 자극이 느껴졌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이 작고 가벼워서 사용자의 동작을 제약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사람의 다리를 강제로 움직이는 타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윔S는 사용자의 보행을 보조하는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피지컬(물리적) AI 시대' 천명과 함께 올해 AI 산업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AI가 일상에 물리적으로 스며드는 세상이 도래했다.
위로보틱스는 다음 달 북미를 시작으로 중국·일본·독일 등에 윔 수출을 시작한다. 동시에 연내에는 스탠더드·프리미엄(의료 특화)·보급형(일반인용)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예컨대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 병증으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로봇을, 보행에 문제가 없지만 근력 운동이나 등산 보조를 원하는 일반인에게는 스포츠에 특화된 로봇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스탠더드 모델 외에 프리미엄 모델과 보급형을 구분해 가격 다각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의료기기 인증 등록(2등급)을 목표로 내부 검토 중이며, 빠르면 하반기 중 출시를 예상한다"고 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AI 휴머노이드'다.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서 적게는 10년에서 20년간 로봇 개발에 매진했던 연구진이 만든 회사다. 이미 높은 수준의 로봇 핸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윔부터 출시한 이유도 휴머노이드 개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올 상반기 내에 고(高) 자유도 로봇 핸드 기술과 안전팔 기술을 탑재해 인간 수준의 섬세한 손동작이 가능한 상반신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사람의 활동과 유사한 피지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AI 기술까지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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