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한미·한화 양손 잡았다…'8년 동맹' 파국 피해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에 TC본더 '동시 발주'
'결별 위기' 피했지만…'악연' 한화세미텍과 불편한 동거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열압착장비)를 한미반도체(042700)와 한화세미텍에 동시 발주했다.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에도 TC본더를 발주함에 따라 '8년 동맹'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16일 SK하이닉스로부터 HBM용 반도체 장비(TC본더)를 수주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수주 금액은 한미반도체 428억 원, 한화세미텍 385억 원이다. 단 한미반도체는 부가가치세(VAT)가 포함된 가격이다. 이를 고려하면 양사 수주액은 엇비슷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TC본더를 양사에 '동시 발주'하면서 두 달 가까이 극한 갈등을 빚었던 한미반도체와 극적으로 화해 국면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발주에서도 한미반도체를 '패싱'할 경우, 8년간 동맹 관계였던 양사가 완전히 갈라설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갈등은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한화세미텍에 두 차례에 걸쳐 420억 원 규모의 TC본더 12대를 주문하면서 불거졌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과 기술 유출 및 특허침해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여온 악연(惡緣)인데, 이를 모를 리 없는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협력 관계를 맺자 한미반도체가 발끈한 것이다.
결국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하고, 그간 무상 지원했던 CS(고객서비스)를 유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지난달 말 한미반도체 본사를 찾아 해법을 논의하는 등 여러 차례 물밑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구체적인 수주 내용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반도체가 납품가 인상(28%)을 요구했던 만큼 SK하이닉스가 이를 수락했거나 타협점을 찾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철수시켰던 CS 인력은 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면서 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52.5%),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TC본더 시장 점유율 1위(70%) 업체다. 두 회사의 동맹이 깨져 HBM 공급망까지 흔들린다면 최악에는 'K-HBM 주도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나란히 TC본더를 공급받는 '투트랙 체제'를 유지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는 남게 됐다. 한미반도체는 2021년 한화세미텍(당시 한화정밀기계)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한화세미텍이 여전히 SK하이닉스의 (TC본더) 벤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라며 "3사 간의 협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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