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트럼프스톰 '산넘어 산'…K동박, 脫EV로 불황 파고 넘는다
롯데 4분기 400억 손실…SKC·솔루스도 적자 전망
美 "전기차 철회·관세" 좌불안석…AI·반도체 집중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동박업계가 지난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여파로 저조한 실적을 냈다. 올해도 캐즘 장기화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까지 겹치며 업황 부진이 예상된다. 업계는 전망이 밝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사업에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2024년 4분기 4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영업손익 전망치)도 훨씬 밑도는 성적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68억 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지난해 전체로도 644억 원의 적자를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2분기까지 동박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다 3분기 적자 늪에 빠진 바 있다.
전기차 업황 둔화 여파다. 핵심 고객인 배터리 업체들이 동박 구매량을 줄이고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 만든 막이다.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산화하기 쉬워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SKC(011790)나 솔루스첨단소재(336370)도 사정은 비슷하다.
SKC는 지난해 4분기 4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2469억 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도 4분기 출하량 증가에도 70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영업손실이 현실화하면 SKC는 9개 분기, 솔루스첨단소재는 13개 분기 연속 적자다.
그동안 동박업계는 생산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올해 말로 예정했던 스페인 동박 공장의 완공 시기를 2027년 6월로 미룬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를 검토한 데 이어 취임식에서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선언하면서 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등장으로 글로벌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부담이다.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캐나다 현지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도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대비 호황이 예상되는 AI나 반도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사업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용 동박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두산의 전자BG(비즈니스그룹)에 AI 가속기에 사용할 초극저조도동박을 공급했다.
SKC는 동박과 함께 회사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유리기판을 올해 말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반도체 핵심 소재로 꼽히는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표면이 매끄러워 두께와 전력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SKC의 유리기판 자회사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1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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