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젓는 K-전력기기…통 큰 투자로 'AI 특수' 잇는다
국내 전력기기 3사, 작년 실적 대호조…수주 곳간도 꽉 채웠다
"미래 수요 더 커진다"…사상 최대 투자 쏟아 CAPA 확대 부심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발맞춰 국내 전력기기 업계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초고압 변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업계가 '나 홀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거나 기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010120)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고,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0% 넘게 뛰었다. 효성중공업(298040)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성적을 낼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 5518억 원, 영업이익 3897억 원으로 전년보다 7.6%, 19.96%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 매출 3조 3223억 원, 영업이익 6690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9%, 112.2%씩 늘었다.
실적 발표 전인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158억~1370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3~11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봤고, LS증권은 "대호조를 시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3사의 호실적은 공통적으로 '초고압 변압기'가 견인했다. 최근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전력 신규·교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후방산업인 변압기 사업이 황금기를 맞았다. 이미 전력기기 3사는 수주 곳간을 넉넉히 채운 상태다.
LS일렉트릭의 지난해 4분기 말 수주 잔고는 3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전년보다 28.8% 늘어난 55억 4100만 달러(약 8조 원)이다. 효성중공업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조 3000억 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 2년 전보다 일감이 두 배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닷US에 따르면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지난해 720억 달러(약 105조 원)에서 2033년 1230억 달러(약 180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의 약 70%가 교체 시기가 도래한 상태다.
'변압기 슈퍼사이클'이 확정적 미래로 다가오면서 국내 업계는 앞다퉈 생산능력(CAPA) 확대에 나서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에 1600억 원을 투입, 부산사업장 내 공장을 신축하고 KOC전기를 인수했다. KOC는 지난해 말 자사 울산공장에 초고압 생산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생산 품목을 기존 154킬로볼트(㎸)급에서 230㎸급 확대하고 생산능력은 연간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렸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까지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에 3968억 원을 투자한다. 2017년 분사 이후 최대 규모 투자로, 미국 내 최대 전압 사양인 765㎸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효과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는 최대 연간 매출액이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시험 라인을 추가하고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내년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두 배로 늘게 된다. 초고압 변압기 '마더플랜트'인 창원 공장도 생산능력 10% 확대를 목표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발달은 확정적 미래이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수요도 장기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산업과 자국 내 제조업 강화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당분간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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