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안한 하늘길, LCC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나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협회장 기고문
2025년 1월 21일 국토교통부는 방위각 시설의 설치 문제가 있는 국내 7개 공항에 대하여 개·보수를 결정하고 이를 빠른 시간에 시행할 것임을 천명하는 공식 발표를 하였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후 24일 만이다.
사고의 책임은 누구인가? 무엇이 사고의 원인인지? 등으로 우리는 한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언론 등에 발표되는 사고조사 관련 자료와 전문가들의 설명 등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류 충돌 후 왜 복행했나? 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착륙을 했나? 방위각 안테나를 설치한 둔덕은 왜 콘크리트로 되어 있었나?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고에 대한 의구심과 책임론을 이야기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서 사고 관련 항공사의 정비사 수가 부족했다. 조종사가 너무 많은 시간을 비행한다. 조종사의 경력이 모자란 것은 아닌가? 등 사고의 본질과 무관한 사안으로 사고의 근본 원인이 오도될 수 있는 여론몰이에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그 누구도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식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업모델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왔으며, 사업모델이 우리나라 항공산업 토양에 적절한 것인지? 어떤 공헌을 했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근본적인 해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저비용항공사이다. 즉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비용이 다른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적다는 이야기다. 다른 말로 바꾸면 법 테두리 내에서 절감한 비용을 경쟁력으로 하는 사업계획이 수립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항공사란 이야기다. 학술적으로 이견이 있으나 운항에 필요한 내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가능하여 소비자들에게 저가의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그러면 이러한 저비용항공사는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안전하지 못한 항공사였나?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대형 항공사와 동일한 법령과 규정, 절차가 적용되어 국토교통부로부터 정해진 감독 및 검증을 받아 운영한 항공사이다. 일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경쟁력 있는 저비용 구조를 기반으로 초기 사업 정착 단계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대적 고비용의 대형 항공사가 취항을 꺼리는 지방공항에 취항하여 활성화하였으며 이를 통한 국민 편익 확대에 크게 공헌하였고 소비자는 저렴해지고 확대된 항공 서비스를 환영하였다. 학계는 새로운 개념의 항공사를 지원하는 연구와 논문으로 화답하였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제주항공은 제주도의 강한 급변 풍(WIND SHEAR) 등 악기상으로 유명한 제주공항에서의 운항 비율이 가장 높은 항공사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한 조종사와 숙련된 승무원들이 일치단결하여 안전 운항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저비용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 안전 특별점검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전체 저비용항공사 사장단 회의를 주최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있는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공항은 고경력의 조종사를 보내라는 공문을 항공사에 보내는 등 본질적 해결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에 항공기 운항 현장을 지키고 있는 조종사 단체로써 다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조류 충돌과 방위각 시설 둔덕 문제는 저비용항공사이기에 적용될 수 있는 사고의 원인과는 거리가 있다.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요소가 사고 및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고, 같은 일이 고경력의 조종사가 운항하거나 대형 항공사 등 다른 항공사에서 일어났다고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객관적인 증거나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오비이락식의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접근 방법은 항공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과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대형 항공사는 물론 저비용항공사의 괄목한 성장과 함께 국가 GNP의 5%를 담당할 정도로 발전한 항공산업은 양적팽창에 성공하였다. 동북아 항공 대국의 자부심으로 지정학적 이점을 마중물 삼아 어려운 운항환경을 극복하고 착실한 성장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성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모든 항공업 종사자의 눈물겨운 노력과 헌신이 기반이 되었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들은 수도권에 치중되어 있는 항공 인프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공항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사고로 이러한 노력과 공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 매우 두려운 마음이다. 지금은 차라리 모든 국민이 냉정한 마음으로 항공산업을 다시 바라보아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를 위시한 모든 항공산업 참여자가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새롭게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공전문가로 구성된 항공산업을 진두지휘할 독립된 기관이 없고 현장 종사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허술한 현실을 직시, 인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루속히 운항 현장의 의견과 산업 정책이 조화된 항공 정책과 행정업무를 진두지휘할 기관과 공정하고 전문화된 사고조사를 진행할 독립된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학계도 국제적인 조류를 반영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연구와 논문으로 산업 발전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항공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 여러분의 항공산업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도 이번 기회에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조류 충돌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체착륙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승객의 안전을 위해 사투를 벌인 조종사가 최후의 순간에 맞이한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이었던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참사에 우리 사회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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