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고급차 판매 확대 역대급 실적…올해 '트럼프 변수' 안갯속
현대차·기아, 제네시스·SUV 판매 확대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트럼프 '관세 폭탄'…미국 현지 생산·판매 확대로 돌파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물론 현대모비스(012330) 등 주요 부품사와 타이어사까지 실적 고공행진에 동참했다.
다만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업계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트럼프 난관'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합산 매출액 282조 6798억 원, 영업이익 26조 90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각각 7.7%, 0.6% 증가해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 행진을 계속했다.
매출액은 현대차 175조 2311억 원, 기아 107조 4487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현대차 14조 2395억 원, 기아 12조 6671억 원이다. 현대차는 역대 최고 매출액을 1년 만에 경신했고, 지난해 매출액 100조 원 시대를 연 기아는 영업이익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도 역대급 실적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덕분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 414만1959대, 기아 308만9300대 등 합산 723만1259대로 2023년(730만4282대)보다 줄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차(HEV), 전기차(BEV)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증가했다.
현대차 판매 가운데 제네시스와 SUV 판매 비중은 2023년 59.8%에서 2024년 61.7%로 1.9%포인트(p) 증가했고, 친환경차 판매도 1년 전보다 8.9% 늘어난 75만7191대로 집계됐다. 기아의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전년 대비 2.3%p 증가한 21.4%로 나타났다. SUV를 포함한 레저용 차량(RV) 판매 비중은 69.4%로 2023년보다 3.2%p 상승하며 70%에 육박했다.
완성차의 훈풍은 부품사로도 이어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57조2370억 원, 영업이익 3조73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3.9% 급증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부품을 확대 적용하는 제품믹스 효과와 수익성 개선 활동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011210) 역시 매출액은 0.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이후 최고치인 2367억 원을 거뒀다. K-방산의 수출 호조 역시 현대위아 실적에 보탬이 됐다. HL만도(204320)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9.9% 증가한 3603억 원으로 집계됐다. 13일 실적 발표 예정인 한온시스템(018880)도 비슷한 분위기다.
국내 타이어 업계도 고인치 타이어 및 판매 확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 76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했고, 금호타이어(073240)도 43.7% 늘어난 5906억 원을 기록했다. 두 업체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인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이 상승했다.
지난해 자동차 업계가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에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지속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9471만대로 지난해 9170만대보다 3.3% 증가할 전망이다. KAMA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신차가격 하락으로 3년 연속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발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한 달간 유예 기간을 뒀지만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역시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얘기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공급망이 맞물려 있는 부품사와 타이어사 모두 해당한다.
업계는 현지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미국 판매량의 60~70%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HMGMA는 연산 최대 50만대 규모로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까지 더하면 미국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미국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가동 중인 현지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증설을 마치면 연간 생산력은 현행 550만개에서 두 배 수준인 1100만개로 늘어난다. 금호타이어도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산 45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요 시장의 성장률 둔화와 전기차 캐즘 등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북미 전기차 생산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유연한 경영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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