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에 K-배터리 '불똥'…캐나다산 우회 수출도 난망
[트럼프 관세 현실화]②LG·포스코·에코프로 등 타격
"우회 수출, 車업체가 결정…장기적으론 기회, 미국 생산 강화"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곳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캐나다 생산기지가 합작법인 형태여서 우회 수출 등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배터리 가격 인상은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예고한 25% 관세가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12시 1분(한국시간 오후 2시 1분) 발효됐다. 중국에 대해서는 10%를 더해 추가 관세율을 20%로 높였다.
그간 배터리 업계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캐나다의 무관세 이점을 보고 현지 투자를 진행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다국적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세운 연간 49.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003670)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올해 5월 준공을 목표로 캐나다 퀘벡주에 연 3만 톤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SK온, 포드와 함께 퀘벡주에 연산 4만 5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가격까지 오르면 가뜩이나 캐즘에 위축된 전기차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캐나다에서의 생산 물량을 조정하거나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캐나다 공장들이 대체로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법인 형태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합작 법인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다른 회사에 납품하기는 어렵다"며 "관세를 물고서라도 배터리를 포함한 완성차 생산 물량을 미국에서 판매할지, 아니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지는 완성차 업체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인 점도 배터리 업계의 근심을 높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축소를 시사해 온 만큼 전기차 시장 위축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 거점도 다수 확보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장기적으로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거나 생산라인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리밸런싱(재조정)과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서 단독 공장 두 곳을 포함해 총 7개 공장을 운영·건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GM과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 셀즈 3공장 지분 100% 인수로 생산 라인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SK온도 자체 공장 및 포드·현대차와의 합작 공장 등 6개 공장을 현지에서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조치가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방안인 만큼 현지 생산라인 강화도 검토할 수 있는 옵션"이라며 "전기차 수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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