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주총 '최윤범 勝'…김광일·강성두 이사회 진입(종합)
崔 11 vs MBK·영풍 4로 이사회 재편…이사 수 19인 상한
'순환출자 고리' 수싸움서 崔 승리…법적 분쟁 불씨 남아
- 박종홍 기자,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금준혁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28일 정기 주주총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승리로 재차 막을 내렸다.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은 영풍과 고려아연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 공세를 폈으나 최 회장 측이 방어에 나서면서 영풍 의결권이 재차 제한됐다.
이날 정기 주총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 대 MBK·영풍 4의 구도로 재편됐다. 다만 MBK·영풍이 임시 주총 개회를 요구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은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MBK·영풍 측 3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한 것은 최 회장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는 '이사 수 19인 상한 정관 변경안' 등 현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을 대부분 의결했다. 이사 수 상한은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최 회장 측이 상정했다.
지금까지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회 정원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MBK·영풍은 최대한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번에 이사 수 상한이 정해지면서 최 회장 입장에선 '방어막'을 확보한 셈이다.
신규 이사 선임 투표에서도 최 회장 측이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사 투표는 집중투표제로 8명을 선출했는데, 고려아연은 임기가 만료된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후보로 나선 5명이 모두 선임됐다. MBK·영풍 측은 김광일 MBK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해 3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했다.
또 서대원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최 회장 측은 6명의 후보가 이사회에 새로 들어가는 것으로, 기존 이사 5명을 더하면 총 11명이 최 회장 측으로 채워진다. 반면 MBK·영풍은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4명의 자리를 확보했다.
지분에서 밀리는 최 회장이 지난 1월 임시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영풍과 고려아연 간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 측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 10.33%를 호주에 있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긴 바 있다. 이로 인해 영풍과 고려아연 간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는 이유로 임시 주총에서 25.4%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후 법원이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환출자 고리를 인정하지 않자, 최 회장 측은 영풍 주식을 자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로 넘겼다. MBK·영풍은 호주에 있는 SMH는 우리나라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MBK·영풍은 이에 전날(27일) 자사 정기주총에서 주식 배당을 실시,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상법상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때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기 주총 명부 폐쇄 이후 주식을 취득한 SMH에는 주식을 배당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 케이젯정밀(구 영풍정밀)은 이날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을 추가로 SMH에 넘겨, SMH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10% 이상으로 재차 높였다. 이를 근거로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사장은 영풍 의결권을 또 한 번 제한했다.
이날 정기 주총은 최 회장 측 승리로 막을 내렸으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MBK·영풍이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 등의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고려아연 정기 주총이 끝난 뒤 뉴스1과 만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MBK·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왜곡된 정기 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 항고와 효력 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에 1명이던 MBK·영풍 측 이사가 4명으로 늘어난 것은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덕 사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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