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팔고, 라이벌과 동침…현대제철, 8.5조 美 투자 부담 줄인다
100% 자회사 현대IFC, 동국제강에 매각 검토 "매각 효율화 방안 추진"
포스코, 현대제철 美 제철소 지분 투자 가능성 제기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현대제철(004020)이 8조 원 넘는 미국 제철소 투자금 부담을 덜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수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포스코의 지분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이다. 부족한 현금흐름을 보완하고 미국 시장에서 빠른 대응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방안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100% 자회사인 현대IFC 매각을 두고 동국제강(460860)과 협의하고 있다.
현대IFC는 조선용 단조 제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단조란 금속을 일정한 온도로 가열한 후 힘을 가해 어떠한 형체를 만드는 성형 방법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273억 원, 398억 원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 증가했다. 전방 산업인 조선업 호황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제철의 현대IFC 매각설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최근 현대IFC의 몸값이 높아진 만큼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사업다각화 추진에 따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매각 금액은 2000억∼3000억 원이다.
무엇보다 조단위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한 매각 시도다. 현대제철은 오는 2029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총투자 금액은 58억 달러(약 8조 5080억 원)다.
현대제철은 투자금 중 절반을 현대차그룹과 공동으로 자기 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50%를 외부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단위 자금은 부담스러운 투자비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 부진 빠져 내부 현금 흐림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 2261억 원, 3144억 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0.4%, 60.6% 감소했다. 내부 현금 보유고는 실적 악화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 1563억 원으로 전년(2조 3875억 원) 대비 9.7% 감소했다. 결국 알짜 자회사를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개선하겠다는 계산이다.
철강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지분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스코의 투자가 현실화하면 국내 1·2위 업체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철강 품목 관세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손을 맞잡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국은 국내 기업의 무관세 혜택인 쿼터제를 폐기하고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제철이 포스코 지분 투자를 끌어낸다면 자금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제철소 완공 이후 계약 조건에 따라 일부 물량을 포스코에 넘긴다면 안정적인 매출을 얻는 '윈윈' 구조도 될 수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 시장 대응력은 필수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제철소 직접 투자보단 리스크를 줄이는 지분 확보를 두고 현대제철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업구조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아직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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