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철강업계, 불황에도 가격↑…믿는 구석 '재고 감소'
철근·후판·H형강 가격 인상…전기료 등 원가 인상분 반영
전방산업 부진과 美 품목 관세 부과 '변수'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강업계가 철근과 후판 등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올해 들어 적극적인 감산 정책으로 시장에 풀린 재고가 줄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린 것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전방 산업 부진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원가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오는 5월부터 철근 기준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준 가격이란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스크랩(고철)의 매입가를 반영해 산정된다. 철강사는 철근을 대형 건설사·중간 유통사에 판매할 때 기준 가격을 활용한다.
철강사들은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악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원가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 2261억 원, 3144억 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0.4%, 60.6% 감소했다.
최근 시장에 풀린 재고가 감소하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철근 재고는 55만 3000톤으로 전년 동기(67만 3000톤) 대비 21.6% 줄었다. 업계에선 지난달 재고를 50만 톤 이하로 추정했다. 업계 1위 현대제철이 이달 연산 150만톤인 인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만큼 재고 감소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근과 마찬가지로 건설 현장에 주로 쓰이는 H형강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한다. 형강이란 일정한 단면 모양으로 성형된 강재다. 다음 달 현대제철과 동국제강(460860) 모두 H형강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형강 재고는 지난 1월 43만 8000톤으로 1년 전(47만 톤) 대비 7.3% 줄었다.
이달 동국제강은 후판(두께 6㎜ 이상 강판)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했다. 후판은 조선업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다. 후판 재고는 증가했지만 앞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다. 지난 2월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는 예비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은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를 수출 문턱이 낮은 한국에 저가로 밀어냈다.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보다 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117만 9328톤으로 전년(112만 2774톤) 대비 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 이후 1500원 가까이 치솟은 환율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며 "전방산업 부진으로 시기를 놓친 가격의 정상화를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공사비 폭등으로 전반적인 신규 착공 현장이 줄고 있다. 미국이 철강에 25%에 달하는 품목 관세를 부과한 점도 수출 실적 변수로 꼽힌다. 관세 부과가 본격화한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경기 회복 없이 판매 가격 인상과 감산 정책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대미 수출길이 막힌 글로벌 철강 물량이 아시아로 유입되면 전반적인 시황은 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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