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뉴스1) 이동희 기자 = '8.0㎞/kWh'

기아(000270)의 첫 번째 전동화 세단 'EV4'를 시승하고 계기판에 찍힌 전비다. 정부 인증 전비(5.4㎞/kWh)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계기판에 적힌 최대 주행거리는 680㎞ 이상으로 주행거리 걱정 없는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3일 기아 EV4를 경기 하남에서 경기 광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66㎞를 주행했다. 이날 시승한 EV4의 트림은 롱레인지 GT-라인(GT-Line) 풀옵션 모델이다. 가격은 5431만 원이다.

EV4는 기아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네 번째 전기차로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세단이다. 직전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를 견인할 모델로 기대된다.

외관은 날렵했다. '로우 앤 와이드'로 불리는 낮고 넓은 모습에 수직 형상의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조화를 이루며 대담한 인상을 준다.

후드 앞단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지는 측면 실루엣은 매끈했다. 후면부는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었던 루프 스포일러가 차체 양 끝에 배치, 신선한 모습이다.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EV4 외관 디자인에 대해 "세단을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기대 이상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했다. 차량의 제원은 전장 4730㎜에 휠베이스(축간거리) 2820㎜다. 전폭과 전고는 1860㎜, 1480㎜다. 외형은 아반떼보다 약간 큰 수준이지만 실내 공간은 그랜저급이다.

주행에 앞서 운전석 위치를 알맞게 조정하고 2열에 앉아보니 다리와 시트 사이 주먹 3개까지도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남았다. 2열 공간은 성인 3명도 거뜬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헤드룸 역시 일반 세단보다 넉넉했다. 기아에 따르면 트렁크 공간은 동급 최대 수준인 490리터(L)다. 다만 골프백을 가로로 넣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결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그 아래로 온도 조절 등이 가능한 물리 버튼을 뒀다.

이날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비다. EV4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긴 533㎞(롱레인지 2WD 17인치 휠 기준)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를 자랑한다.

출발 전 계기판에 적힌 주행가능 거리는 469㎞(배터리 94%)였으며 편도 36㎞를 주행한 이후 주행가능 거리는 443㎞(배터리 89%)였다. 전비는 kWh당 8.0㎞를 기록했다. 기아는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기아 차량 중 가장 우수한 공력 성능인 공기저항계수 0.23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주행 성능도 준수했다. 차량은 최고 출력 150㎾ 최대토크 283Nm의 성능을 갖췄다. 전기차답게 빠르게 가속했으며 굽은 길도 안정적으로 달렸지만, 약간의 롤링은 느껴졌다. 바닥 요철과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었고 풍절음 등 외부 소음 차단도 잘 돼 실내는 정숙했다.

EV4는 81.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과 58.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로 나뉜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350kW급 충전 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약 31분이 걸린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은 4192만 원부터, 롱레인지는 4629만 원부터다. 전기차 보조금은 아직 확정 전으로 기아는 보조금(서울 기준) 적용 시 스탠다드 모델은 3400만 원대, 롱레인지 모델은 3800만 원대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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