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역대 최다' 공장 9개 짓는다…첨단공정 지배력 강화
첨단공정 수요 급증에 생산능력 확장…3나노 생산량 60%↑
IDM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 투자 분산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매년 생산시설을 확장해 온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9개 공장을 짓는다. 최선단 공정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2나노 등 첨단 공정의 수요 급증에 따라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하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클리프 호우 TSMC 수석 부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열린 '2025 북미 기술 심포지엄'에서 "올해는 TSMC의 탄탄한 성장과 고객사의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9개의 신규 팹을 건설할 예정"이라며 "9개의 팹 중 8개는 웨이퍼 팹이고 1개는 첨단 패키징 시설"이라고 밝혔다. 팹이 건설되는 지역은 대만, 독일, 일본, 미국 등이다.
TSMC가 지난 2017~2020년은 평균 3개, 2021~2024년은 평균 5개의 팹을 증설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공격적이다. TSMC는 올해 생산 능력 확장에 380억~42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3나노 공정 3년 차에 접어든 TSMC의 올해 3나노 생산능력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나노 공정도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 말부터는 1.6나노 공정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AI 칩을 첨단 공정으로 생산하려는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사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AI 칩이 방대한 연산을 수행하려면 첨단 공정으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연산 밀도를 극대화하고, 각 연산에 필요한 소비 전력을 줄여 전력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23년 TSMC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했던 3나노 공정 비중은 지난해 18%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3나노 공정의 매출 비중은 26%에 달했다.
TSMC는 지난 13일 자회사 뱅가드와 네덜란드 시스템 반도체 기업 NXP의 싱가포르 합작법인 '비전파워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컴퍼니(VSMC)'에 성숙 공정 장비를 매각하면서 자원을 재분배하고 있다. TSMC는 최첨단 공정 기술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뱅가드는 그 외 성숙 공정 중심의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이다.
대만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참석을 위해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6일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난 뒤 TSMC의 첨단 공정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 2나노 양산을 시작할 삼성전자(005930)가 유의미한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2위 삼성전자(8.1%)와 59%포인트(p) 차다.
특히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를 모두 영위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에 대대적으로 파운드리 팹을 짓고 있지만 핵심 사업인 메모리에도 매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투자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둔 투자 운영으로 전 분기보다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1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양산을 시작하고 2나노 2세대 고객사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선단 공정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성숙 공정에서도 스페셜티 공정 사업화를 강화하고 소비자용·차량용 제품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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