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이어 K-크레인도 날개 다나…한미 협력 새 시장 기대감↑
정기선-USTR 회담 후 주목도↑…中 독점에 美 골머리
HD현대 "향후 증설도 가능"…HJ중공업도 "해외 시장 공략"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조선업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 협력이 항만 크레인 분야로까지 확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중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 제품의 약점인 '보안' 이슈가 점차 부각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만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가격 경쟁력 확보가 국내 업계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267250) 수석부회장은 지난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항만 크레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HD현대삼호의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크레인 공급 확대를 제안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의 크레인 독점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을 공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항만의 컨테이너(STS) 크레인의 80%는 중국 국영 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항만으로 하역하는 장비다.
미국은 크레인에 달린 각종 첨단 센서와 모뎀을 통해 자국 항만 관련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사시 중국이 내재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크레인을 작동 불능 상태에 빠뜨려 항만 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기 5년간 200억 달러를 들여 항만 크레인을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선 ZMPC 등 중국산 크레인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제재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USTR은 지난달 중국산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ZMPC는 이에 "100%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항만들의 효율적 운영과 타 항만과의 경쟁에 필요한 새 크레인이나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중국 크레인에 대한 미국의 퇴출 압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재 컨테이너 크레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3년 기준 중국 ZPMC가 72.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독일 리페르 7.2%, 일본 미쓰이 6.4%, 중국 삼일 4.8%, HD현대삼호 3.6%, 핀란드 코네 2.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현재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앞서고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만큼 향후 사업 기회가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국내 업계 시각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내세운 HD현대삼호의 경우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까지 크레인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고 연간 10기를 생산할 수 있다. HD현대는 향후 업황에 따라 크레인 생산능력 증설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HJ중공업(097230)도 국내에서의 수주 이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해외로 항만 크레인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HJ중공업은 부산항 2-5단계 트랜스퍼 크레인 제작을 맡은 바 있으며 2-6단계 수주에도 참여한 상태다. 트랜스퍼 크레인은 컨테이너를 항만 내 야드에 쌓거나 트레일러에 싣는 장비다.
가격 경쟁력은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크레인 업계는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잃어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인 분야는 특출나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은 아니다"라며 "보안 마케팅과 함께 생산 원가를 어떻게 절감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3년 '항만기술산업 유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 2031년까지 항만 장비 국산화율 90%,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크레인 수주가 이어져야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해외 수주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발주도 보다 본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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