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전자차트 자부심 '우리엔'…"신뢰·지속가능성이 경쟁력"
[인터뷰]동물용 의료기업 우리엔 고석빈 대표
-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로 동물병원 전자 차트(EMR)에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신뢰도를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
국내 동물병원 업계에서 전자 차트와 영상 장비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히 생태계의 변화를 이끈 우리엔(Woorien)이다.
반려동물 진료 현장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며 병원의 실질적 요구에 귀 기울이고 해법을 제시해 온 우리엔. 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고객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내세운 고석빈 대표의 철학과 전략이 있었다.
뉴스1은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우리엔 본사에서 고석빈 대표를 만났다. 그의 취임 이후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치과용 진단장비 기업 바텍에서 8년간 근무한 그는 의료기기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엔의 방향을 '지속가능성'에 맞췄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우리엔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이익을 토대로 국내 동물병원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우리엔의 전자 차트 시스템은 단순한 기록 도구를 넘어, 동물병원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핵심 솔루션(설루션)으로 자리잡았다.
고 대표는 "전자 차트는 결국 병원의 신경망"이라며 "진료의 흐름과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 미래"라고 확신했다.
우리엔은 2019년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형 전자 차트 'PMS 365 클라우드'를 상용화했다. 이전까지 진료기록은 PC 내에 저장돼 랜섬웨어나 시스템 오류, 단순 실수로도 데이터 손실이 빈번했다. 우리엔은 이를 클라우드로 옮기며 기존 PC 설치형 시스템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시스템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으로 운영돼 병원이 고비용 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고도의 안전성을 제공한다. 병원 외부에서도 안전하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엔의 전자 차트는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600개 이상 병원이 클라우드형을 도입했다. 매년 150~200곳 이상이 신규로 이용 중이다. 고객관계관리(CRM), 보호자용 앱, 키오스크 등과 연계돼 스마트 동물병원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고 대표는 "차트나 의료기기 회사는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시스템이 중단되면 동물병원이 받는 피해는 상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전자 차트 시장은 아직 적자 구조다. 10년 넘게 이용 요금을 인상하지 못했고, 시장 규모 자체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엔이 이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를 들어 보니 그들은 '돈이 되는 사업'과 '지켜야 할 사업'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었다.
국내 전자 차트 사업은 의료기기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엔은 2018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 동물용 CT(컴퓨터단층촬영)와 치과 파노라마 장비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그 결과 작년 기준 해외 시장에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 확장과 내부 기술 고도화에 힘입어 우리엔은 2023년 240억 원, 2024년 27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수익은 국내 차트, 앱, CRM, 동물병원 솔루션 개발 등으로 재투자되고 있다.
고 대표는 "전자 차트는 동물병원 생태계를 떠받치는 인프라로써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서비스"라며 "우리엔은 그 버팀목이 되기 위해 서비스 유지 및 발전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엔의 CT 개발은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CT를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인체용 CT는 고가다. 고압 전기공사, 방사선 차폐 설비, 넓은 설치 공간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이에 우리엔은 모든 진입 장벽을 낮춘 동물 전용 CT '마이벳 씨티 아이쓰리디(MyVet CT i3D)'를 선보였다. 이 장비는 △인체용 CT의 50% 이하 가격 △일반 전압으로 가동 가능 △좁은 공간에 설치 가능 △짧은 촬영 시간 △방사선 노출 최소화 등의 장점으로 '동물병원을 위한, 동물을 위한 영상 장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 도입의 문턱을 낮춘 동시에 반려동물과 의료진의 방사선 노출 위험도 크게 줄인 설계로 호평 일색이다.
또 하나의 혁신은 치과 장비다. 기존에는 동물 치아 촬영을 위해 전신 마취 후 센서를 수십 차례 입 안에 넣는 촬영이 필요했다.
우리엔의 '마이벳 판 아이투디(MyVet Pan i2D)'는 이 문제를 단 한 번의 촬영으로 해결했다. 20초 내외의 파노라마 촬영, 5분 이내의 진정 마취로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부담을 대폭 줄였다. 세계 최초로 동물 치과 진료에 '대중성'을 부여한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엔은 병원용 고객관계관리(CRM)와 보호자용 앱, 동물병원 맞춤형 경영 진단 서비스 '인사이트(weInsight)' 등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진료 예약부터 접수, 상담, 교육, 데이터 분석까지 통합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수의약품 제약회사 등과 공동 지분 투자로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준비법인 '마이브라운'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EMR 차트와 보험 시스템을 연동한 자동 청구 절차를 구현하고, 진료 후 익일 병원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새로운 형태의 펫보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엔은 보여주기 위한 기술보다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해법을 고민해왔다. 수의사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먼저 듣고, 병원의 어려움을 묵묵히 해결해온 시간들이 지금의 우리엔을 만들었다.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역시 진심을 담고 있다. 우리엔은 반려동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나눔 활동 '우연'을 통해 동물보호소를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물품이나 금전 지원에 그치지 않고, 보호소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매번 봉사 모집이 열릴 때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빠르게 마감될 정도라고.
고석빈 대표는 "우리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부풀리지 않고 얘기한다. 고객이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서 준비하는 기업, 바로 우리엔"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펫피플][해피펫]
badook2@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