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LG의 이유 있는 꿀벌 사랑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지난 20일은 '세계 벌의 날'이었다. 크게 주목받는 기념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앞으로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기념일이다. 국제연합(UN)은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이날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오는 22일은 세계 생물종다양성 보존의 날이기도 하다. 기념일 지정 자체가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1년 대규모 꿀벌 실종 사태가 발생했다. 재난 수준인 대규모 꿀벌 실종 사건의 배후에 천적 혹은 이상기후 등이 거론됐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꿀벌 실종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꿀벌 78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시작으로 매년 100억 마리에 달하는 꿀벌이 실종되고 있다.
다행히 토종 꿀벌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LG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 인근 정광산에 토종 꿀벌인 한라벌 서식지 조성에 나섰다. 100만 마리를 시작으로 200만 마리, 400만 마리 등 2027년까지 개체 수를 매년 두 배 이상 증식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한민국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명인과 양봉 사회적 기업인 비컴프렌즈와 손을 잡았다. 안정적인 국내 꿀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밀원수(蜜源樹, 꿀샘 나무)와 꽃 등 밀원식물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캠페인이 아니라 '화담숲 벌꿀'을 만들 기세다.
꿀벌의 실종은 단순한 꿀 생산량 감소로만 치부할 수 없다. 식량 안보뿐 아니라 생태계를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다. 꿀벌은 농작물의 수정을 돕는 생태계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100대 작물 중 71종이 꿀벌 등에 의한 수분(受粉)에 의존하고 있어, 꿀벌 개체 수 감소는 식량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꿀벌 등 수분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전 세계 식량 생산 급감으로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LG가 꿀벌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가 꿀벌 프로젝트를 벌이는 화담숲은 화담(和談) 구본무 선대 회장이 후대에 의미가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어 LG상록재단을 통해 조성한 곳이다. 생전 구 선대 회장은 화담숲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이곳에선 멸종위기 동식물 살리기 등의 사업이 활발히 이뤄졌고 성공적인 복원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에 시작하는 토종 꿀벌 보호사업의 성공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최근 LG뿐 아니라 주요 기업들도 꿀벌 보호 사업에 나섰다. LS를 비롯해 한화, KB금융, 아모레퍼시픽 등이 도시 양봉을 비롯한 꿀벌 살리기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구온난화' 외에 꿀벌의 실종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 등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는 정부의 대책이 단순한 벌통 지원 등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기업과 정부가 사라져가는 꿀벌을 오롯이 되돌아오게 하기는 어렵다. 환경 문제 해법은 '나부터'에서 항상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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