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실패 잊었나"…5개월 남은 경주 APEC 준비 속도 내야
경제계 발로 뛰고 있지만 탄핵 정국에 정부 차원 준비 부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국제 행사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 행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경제계가 민간 외교 활동 등을 통해 국가 지도부 공백을 메워왔지만 정부 차원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APEC까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자칫 잼버리 사태와 같은 국가적인 망신을 또다시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8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정상회의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도 예정돼 있다. 주요국 정상 외에도 세계 주요 기업 CEO가 대거 참석한다.
AEP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 회원국 정상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아직 초청장도 보내지 못했다.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은 의장을 맡는 주최국 정상의 이름으로 발송하는데 탄핵 정국으로 그동안 발송이 지연됐다. 게다가 APEC 준비위원장이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에 뛰어드는 등 대선에 우선순위도 밀렸다.
정부 차원의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반면, 경제계는 그간 준비 작업을 착착 진행해 왔다. 대한상의는 이미 전 세계의 경제인에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명의로 초청장을 보냈다. 최 회장은 또 직접 경주를 방문, 행사장과 숙소 등을 둘러보는 등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숙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 인근에 크루즈선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포항 영일만항 등도 직접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해외 정상과 기업인들을 만나 APEC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APEC 서밋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이후인 약 3년 만에 일본상공회의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오는 7월 경제계 최대 규모 행사인 대한상의 하계 포럼 역시 APEC이 열리는 경주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APEC 기업인 자문 기구인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국내에서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국의 정상과 재계 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주 APEC은 우리나라가 20년 만에 다시 의장국을 맡게 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다.
더욱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의 통상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주요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대형 이벤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현장이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기업들의 비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경제적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만 7조 4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3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정부의 철저한 준비 작업과 대대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내면서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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