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말고 여기서 디톡스"…강화도에서 만나는 느림·쉼
전통과 봄이 머무는 곳, 전등사
감각을 깨우는 금풍양조장과 청풍 협동조합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강화=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5월 황금연휴에 해외여행 수요가 몰릴수록 조금 덜 알려진 국내 여행지에서의 느린 하루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산사에서 하루를 시작해 직접 빚은 수제 막걸리를 맛보며 협동조합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는 여행. 인천 강화도는 쉼과 취향 그리고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여행지로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행가는 봄'(3~5월) 캠페인과 연계한 지역 간 여행을 장려하는 '여행으로-컬 소도시 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중 '강화도' 코스가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여행으로-컬 소도시 여행'은 당일치기 소도시 테마여행 이벤트로 참가비 2만 5000원에 전 일정 체험비와 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포함한다. 이번 이벤트에서 선보인 코스는 총 20개이며 전국 10개 지역에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이번 이벤트의 전체 모집 인원은 총 1000명. 지난 3월 4일~13일 진행한 모집 기간에 무려 2만 2834명이 신청했다.
이중 '강화도' 코스는 천안에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50명을 모집하는데 260명이 지원해 5.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자가 '여행으로-컬 소도시 여행' 코스를 직접 다녀와 보니 강화도는 빠름보다 느림이 어울렸다. 여행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함께했다.
여행의 첫 시작지는 '전등사'였다. 사색과 예술이 공존하는 강화도에서 가장 고즈넉한 봄 여행지 중 하나다.
특히 천년 고찰의 깊은 시간은 진달래와 벚꽃이 흐드러진 경내 풍경 속에서 더욱 차분히 다가오고 능선 사이로 부는 산바람은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을 넘어 현대미술을 품은 공간이기도 하다. '발굴조각'으로 알려진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마애불 등 작품들이 전등사 곳곳에 놓여 있고 무설전 서운갤러리에선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를 연중 진행한다.
전등사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찻집 '죽림다원'이다. 고요한 산사의 공기를 마신 뒤 마당이 보이는 자리에서 마시는 따뜻한 대추차 한 잔은 그날의 여행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마무리이자 잠시 머물러도 좋다는 전등사의 조용한 권유처럼 다가온다.
이곳에서 수제 차, 맑은 차, 커피, 생과일주스 등 다양한 음료를 선보이는데 하나만 추천한다면 단팥죽처럼 느껴질 정도로 진한 '대추차'이다. 전등사 여암 주지 스님이 강력하게 추천한 '최애'이기도 하다.
전등사에서 봄 내음은 만끽한 후 걸어서 10분 거리에 100년 전통의 '금풍양조장'으로 이동했다.
양조장은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이곳이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시기는 1931년이지만, 운영 시기는 그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단지 술을 만드는 목적이었던 양조장은 전직 마케터 출신인 양태석 대표(50)의 손길에 거쳐 문화콘텐츠가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 양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2020년부터 양조장을 맡고 있다. 양 대표의 할아버지는 1969년에 이 양조장을 인수했다.
양 대표는 오랜 역사를 장점으로 살려 외관을 그대로 두면서 매장 안은 레트로 감성을 입혔다. 양조장이 생겼을 당시에 사용한 우물뿐만 아니라 누룩을 보관한 공간까지 그대로 유지하며 100년의 세월을 멋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시음하고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별한 웰니스 체험도 경험할 수 있다.
직접 막걸리를 빚어보는 것은 물론, 발효된 쌀과 막걸리 지게미를 활용한 '막걸리 핸드 스파’도 경험할 수 있다.
고운 지게미에 손을 담그면 발효의 미세한 열감이 전해지고, 특유의 은은한 향이 긴장을 풀어준다. 최근엔 지게미로 만든 인센스(향), 양초 등을 활용한 향기 테라피 체험도 준비 중으로 양조장이 단순한 술을 넘어서 후각과 감각까지 채우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강화의 로컬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하고 싶다면 청풍 협동조합에서의 시간은 빼놓을 수 없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은 소규모 공방과 전시, 카페, 쉼터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자, 강화의 일상을 여행자와 나누는 거점이다.
특히 야외 요가와 싱잉볼 명상 체험은 공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험이다.
잔디 위에 매트를 펴고, 네팔에서 공수해 온 싱잉볼이 맑게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명상 시간은 짧지만 깊었다. 체험에 참여한 장미란 차관도 연신 "거참 신기하네요"라며 싱잉볼의 진동과 울림에 흠뻑 빠져들었다.
강화도에서의 하루는 빠르게 움직이기보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물며 지역의 숨결을 느끼는 여행이다. 전통과 예술, 현지의 손맛과 감각적인 쉼이 어우러진 강화도는 이제 단순한 당일치기 관광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국내여행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화도에 처음 방문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가족하고 친구하고 정말 다시 오고 싶어졌다"며 "해외도 좋지만, 국내에 더 좋은 곳이 많으니까 많이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seulbin@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