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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살리겠다던 강원랜드 '규제 족쇄'…해외로 줄줄 새는 수요

[규제의 덫, 묶인 관광]①30년전 '한도규제' 아직도 발목
일본·싱가포르도 '전략산업'으로 키우는데 韓은 그저 '뒷짐'

강원 정선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1998년 6월. 강원도 정선 사북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에 따라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원랜드'(035250)가 개장한 덕이다. 1990년대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급격한 쇠퇴를 맞은 강원도 태백, 정선, 삼척, 영월 등 폐광지역에 새로운 '젖줄'이 되어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리고 27년이 흘렀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를 얼마나 되살렸을까.

현재 강원랜드는 하이원리조트와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 복합리조트로 운영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운영중이다. 폐광지역의 경제 회생을 위해 설립된 공공적 성격의 카지노다.

이런 조건의 복합리조트라면 지역 전체가 '먹고 살' 만큼 풍요로워야겠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정선군 일대에는 곳곳에 '필리핀, 베트남 고급게임 패키지' 광고 전단지가 나붙어 있다. 필리핀 카지노와 연결된 에이전트 사무소까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득 내국인들은 마카오, 필리핀 등 인근 해외 카지노를 주로 찾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 목적의 해외 출국자는 연간 20만 명에 달하고 이에 따른 외화 유출은 연 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폐광지역을 살리겠다며 강원도 정선에 카지노를 만들었지만, 정작 돈은 해외로 흘러가고 지역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규제로 묶인 산업…30년전 '한도', 아직도 발목

강원랜드는 설립 이래 2024년까지 누적 관광기금 2조 6150억 원, 폐광기금 2조 7632억 원 등 총 5조 3782억 원을 지역과 국가에 환원했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관광기금 1359억 원, 폐광기금 1773억 원 등 총 3132억 원을 납부했다.

이 같은 수익은 최대 30만 원 베팅 한도, 월 15일 출입 제한, 매일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의 4시간 강제 휴장 등 내국인 전용 카지노에만 적용되는 고강도 규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9월 '1차 카지노 규제 개선' 발표 이후 △일일 영업시간 20시간 확대 △베팅한도 해외 기준 수준 조정 △시간 총량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시간 총량제는 연간 정해진 이용 시간 안에서 고객이 자기 주도적으로 게임을 통제할 수 있어,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제한된 시간에 몰아서 도박을 해야 하는 구조는 무리한 베팅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 규제 밖에 있는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온라인 도박 시장 규모는 약 150조 원으로 이는 합법 카지노 산업의 100배를 넘는 수준이다.

과잉 규제 속 합법 산업이 위축되는 사이, 불법 시장이 '대체재'로 부상한 셈이다..

2029년 개장을 목표로 1조엔(약 9조원) 규모의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인 오사카의 인공섬 유메시마. ⓒ AFP=뉴스1 ⓒ News1

일본·싱가포르도 '전략산업'으로 키우는데…한도제한 없어

이 같은 규제 강도는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싱가포르는 자국민의 카지노 중독을 막기 위한 장치로 24시간 기준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 8000원)의 입장세만 부과하지만, 개인별 베팅 한도 자체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고액 베팅은 카지노 사업자 재량으로 운영하며 대신 자발적 입장 제한제, 가족 요청 제한, 상담 프로그램 등 책임 도박 중심의 관리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마카오와 필리핀은 입장 제한이나 베팅 한도 자체가 없고 외국인 대상 마케팅도 활발하다.

일본은 최근 복합리조트(IR) 정책을 통해 제한적 카지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자국민에게는 연 10회, 주 3회 입장 제한과 6000엔(약 5만 원)의 입장료를 부과하지만, 베팅 한도는 없고 카지노는 쇼핑·숙박·전시 등을 포함한 복합 관광시설의 일부로 설계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오사카는 2029년 개장을 목표로 1조 800억 엔(한화 약 16조 6000억 원)을 투입한 복합리조트(IR) 개발을 본격화했다. 연간 관광객 2000만 명 유치가 목표다. 오카사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국내 관광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오사카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역시 규제범위 안에서 '고부가 콘텐츠'로 개발중이다. 강원랜드가 오사카복합리조트 개장에 더욱 긴장하는 이유다.

싱가포르, 마카오, 필리핀 등도 카지노 산업을 '관광 고부가 콘텐츠'로 바라보며 쇼핑·마이스(MICE)·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복합시설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복합리조트·랜드마크로 전환 중인 해외 시장

반면, 한국의 강원랜드는 카지노 단일 수익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립 목적에 걸맞은 공공기능은 수행하고 있지만, 관광 콘텐츠 확장, 외국인 유치 전략 등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는 자구적 혁신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강원랜드는 '홍보'조차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현행법상 TV, 신문, 포털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중교통, 옥외광고 등 거의 모든 채널에서의 광고가 금지됐다.

해외 매체를 통한 제한적 마케팅만 허용되지만, 이 역시 사전 검토 대상에 해당한다.

이처럼 합법 산업은 알리지도 못하고 성장도 제한된 반면, 불법 도박 사이트들은 포털 광고와 온라인 배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요를 끌어들이는 실정이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 강원랜드는 자구적인 변화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2024년 강원랜드는 2조 5000억 원을 투입한 글로벌 복합 리조트 사업인 'K-HIT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오사카리조트의 16조 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지만, 한류 감성과 자연친화적 요소를 융합한 체류형 관광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기존 카지노 위주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콘텐츠 다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전방위 복합시설로 구조화된 해외 IR 사례와 비교하면 규모나 제도적 뒷받침 측면에서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강원랜드 랜드마크존 예상 조감도(강원랜드 제공)

규제냐 산업이냐…지금이 전환점

전문가들은 지금이 구조 전환의 갈림길이라고 진단한다.

이재석 강릉 원주대 교수는 "각국 정부는 카지노를 전략관광산업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반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해외 카지노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 도박이 성행하면서 강원랜드는 매우 힘든 처지에 놓였다"고 짚었다.

그는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존에 고객 불만으로 일부 지적 받아온 직원 응대, 복잡한 공간, 베팅액 제한 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이다 보니 탑다운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실행해야하는 구조에 맞춰 '전문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속도감 있게 경쟁력을 강화해야할 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종호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은 "베팅 한도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10년과 같은 30만 원인데 그동안 오른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매우 기형적"이라며 "'중독'을 막기 위해 들인 '휴장 시간'이나 '출입 일수 제한'은 오히려 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불법 온라인 카지노나 유사 카지노(홀덤펍), 해외 등으로 빠져나가게 하고 있어 어느 정도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eulbin@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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