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 1㎏ 만원 금값이지만"…온누리 훈풍에 시장 '북적'
온누리상품권 특판 효과 '톡톡'…상인·소비자 모두 만족
배 한 상자 7.5만원 '금값'…"지갑 잘 안 연다" 평가도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우리 가게는 원래도 온누리상품권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긴 한데 요즘은 하루 매출의 90% 정도는 온누리상품권인 것 같아요. 15%나 할인을 해주니까 전통시장에 와서 많이들 사시죠. 그래도 설이구나 싶어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천장에 닿을만큼 잔뜩 들여온 과일 상자를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설 대책으로 내놓은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가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설 명절 대목을 맞아 침체했던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하고 차례 문화가 많이 사라지면서 '명절 특수'란 말도 옛말이 됐다지만 명절을 앞둔 시장은 제수용품을 사는 이들로 북적였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뉴스1>이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과 경동시장은 점포마다 편차는 있었지만 대체로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몰린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오랜만에 몰린 사람들에 상기된 표정으로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소비자들도 추운 날씨에도 제각기 손수레를 끌고 시장에 나와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골랐다.
경동시장에서 곶감과 전통과자 등을 판매하는 김 모 씨는 "추석과 비교하면 설 명절에 사람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며 "명절 특수란 말은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는 분위기에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정부가 특별판매를 진행하는 온누리상품권 사용량이 부쩍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시장에 분 모처럼의 훈풍에 온누리상품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설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월 10일까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구매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한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최대 15% 이내 금액을 디지털 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상품권 부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줄인 만큼 디지털 상품권이 보다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과물가게 사장 최 모 씨는 "15% 할인을 하다보니 온누리상품권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추석과 비교하면 종이 상품권은 많이 줄었고 이젠 카드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여부를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김 모 씨도 "매출액의 25% 정도는 온누리상품권이 차지하고 있다"며 "(특판을 했던) 지난해 추석보다도 판매가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5% 저렴하게 제수용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만 할인 행사에 비해 환급 이벤트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동시장을 찾은 주부 이 모 씨(여)는 "앱으로 온누리상품권을 할인 받아서 50만 원 어치를 샀는데 아직 구입할 물품이 남아서 추가로 구입해야 할 것 같다"며 "환급 행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받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환급 이벤트는 1~4회차에 나눠 오는 2월 10일까지 진행한다. 카드형 상품권은 선물하기 기능으로, 모바일형 상품권은 쿠폰 등록 기능으로 캐시백 되는 방식이다.
다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데다 연말 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 여객기 참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통시장의 1월 경기전망지수(BSI)는 76.9로 연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2월과 비교해 3.8P(포인트) 줄었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 씨(여)는 "우리 가게는 추석보다 오히려 장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며 "연말부터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물건을 살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과일의 경우 배와 사과 등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장에서는 제수용 배가 1㎏에 1만원 정도 가격으로 팔렸다. 1상자는 7만~8만 원대 가격을 형성했다.
앞서 언급한 청과물가게 사장 A 씨는 "추석과 비교하면 배값은 체감상 50% 정도는 오른 것 같다"며 "7.5kg 한 상자에 7만 5000원 정도에 팔고 있는데 가격을 들으면 사람들이 돌아간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2025년 설 차례상 차림비용 조사 결과를 보면 배 3개 가격은 전통시장 기준 1만 3618원으로 지난해 대비 22.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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