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중견中企 후계자 경영…벤처투자 활성화 기회로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기업들이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미래 전략을 세우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이 시기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변경하거나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는 등 기업 경영에 변화를 꾀했다.
고령의 창업자가 여전히 기업을 이끄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이 시기를 분주하게 보낸다. 특히 경영을 더 이상 이끌기 어려운 고령의 창업자들은 2세 혹은 3세가 기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중견기업의 승계 문제는 뜻밖에도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오너 기업의 2세, 3세들은 해외 유학 경험이 많아 벤처투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처펀드 결성에 있어 여전히 공공자금 의존도가 높은 벤처캐피탈로서는 고령의 창업자보다 벤처투자에 대해 열려 있는 젊은 후계자에 거는 기대가 큰 모습이다.
취재하며 만난 벤처캐피탈의 한 임원은 "지역에서 펀드를 결성할 때 주요 출자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재 중견기업"이라며 "오너의 2세, 3세가 대표이사가 되는 중견기업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2세, 3세 경영인들은 선대가 이어온 사업 대신 신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다. 실제로 중견기업 오너 2세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중견기업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벤처캐피탈 업계는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민간 출자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벤처캐피탈의 발은 공공자금으로 향했다.
이는 올해에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공공 출자 사업의 경쟁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벤처투자에 관심이 있는 중견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벤처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 업계도 법인기업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위한 세제 혜택 확대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속에서 중견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 기회로, 창업 생태계 시장에는 자금 공급의 기회로서 중견기업의 적극적인 벤처투자 참여 유도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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