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브레이크 타임' 한국 식당이 하는 이유"[100만 폐업시대]⑥
[인터뷰] 송치영 소공연 회장 "결국 피해는 근로자에게"
"업종·지역 차등이 대안…최저임금위 구성 재고해야"
- 김형준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장시온 기자
장사 잘되는 '맛집'이라서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줄 아시나요.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직원을 풀타임으로 돌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브레이크 타임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높이고 주휴수당 제도를 뒀지만, 정작 '쪼개기 알바'나 '나홀로 사장님'만 늘어나면서 오히려 근로자들도 함께 피해를 보고 있어요.
평소 차분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766만 소상공인 단체를 이끄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저임금에 대한 소상공인 현장의 이야기를 묻자 그런 송 회장도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것을 넘어 영업할수록 빚만 늘어가는 소상공인들은 매년 봄 돌아오는 최저임금 심의에 피를 말린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70원 늘어난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 폭은 역대 두 번째로 적었지만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이 넘는 시급을 감당하게 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어느 때보다 컸다.
매년 충돌하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인건비 갈등'을 풀어갈 해법은 있을까. <뉴스1>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등 인건비를 둘러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송치영 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묻는 말에 송 회장이 처음 꺼낸 단어는 다름 아닌 '브레이크타임'이었다.
브레이크타임은 식당 등 업장에서 점심 피크타임을 끝낸 후 재료 준비 등을 명목으로 저녁식사 시간까지 갖는 휴게시간을 말한다.
송 회장은 "해외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엔 브레이크타임이란 개념이 없었다"며 "사실상 우리나라 브레이크타임의 목적은 인건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 팬데믹 때 확산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에 영업시간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1988년부터 37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인상된 최저임금이 1만 원에 근접하자 업주들은 근로시간 '쪼개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주당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2024년 174만 2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송 회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은 셔터를 올릴 힘도 없는데 누가 최저임금을 이야기하고 고용하겠느냐"며 "지불능력을 넘어선 최저임금은 결국 시간제 근로자에게 손해가 가게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소상공인업계가 주휴수당 폐지를 외치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유급으로 지급하는 수당이다.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한다면 올해 시간당 실질임금은 1만 2000원 이상이다.
송 회장은 "일본은 1990년에 주휴수당을 폐지했고 현재 운영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고용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주휴수당을 지급하면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게 누굴 위한 제도냐"고 반문했다.
소상공인업계도 무작정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임금을 적게 주고 직원을 해고하고 싶은 업주가 어딨겠느냐'는 게 송 회장의 한숨 섞인 말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설정하되, 주휴수당은 폐지하고 업종,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23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최저임금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 37.3% △서비스업 25.3% △전문·과학기술업 2.1% △수도·하수·폐기업 1.9% 등으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송 회장은 "연세가 70세 넘은 회사 관리인이 있다고 하자. 이분에게 업무 강도가 높은 일을 시킬 수도 없고 오랜 시간 일을 시킬 수도 없다"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결국 이분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감할 수 있는 문제지만 지역별로도 (비용적인) 편차가 큰 만큼 지역적인 부분도 세밀하게 참고해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휴수당이 폐지된 후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22년까지 지원됐던 '일자리 안정자금'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낮추고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지급한 지원금이다.
송 회장은 "언제까지 소상공인 주머니에서 곶감을 빼먹을 순 없다는 문제의식"이라며 "이미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섰는데 일시적인 임금 감소분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도 '표밭'으로 여겨지는 소상공인 업계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송 회장도 이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난 2월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여당 인사들을 각각 만났다.
송 회장은 "아직까지 확 와닿는 소상공인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정치는 타협이라고 하지 않나. 한쪽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라 균형 잡힌,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송 회장은 최저임금 산정이 이뤄지는 최저임금위원회 시스템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소상공인의 대표성이 위원회에서 과소평가 돼 있다는 지적이다.
송 회장은 "위원회에서 소상공인의 몫은 2명밖에 안 된다"며 "소상공인이 담당하고 있는 고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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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단골 삼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인데도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가게가 몇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경기침체, 내수부진 탓을 하자니 '역대 최대' 규모가 걸린다. 문 닫는 소상공인의 이면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가 있었다. <뉴스1>이 심층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