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저임금도 못 줄 거면 문 닫으라니요"
100만 폐업시대 도래…폐업 후폭풍 경제 전체로
고용·사회적 비용 부담 가중…"남 일 아니다"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각종 비용 부담과 내수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셔터를 내리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이젠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만 98만 6000명. 가장 큰 원인은 매년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었다. 최저임금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 원에 다가서자 폐업자도 자연스럽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소상공인들은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이라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는 모두 공감했다. "많이 챙겨주고 싶지 않은 사장이 어딨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내수 침체를 견디지 못해 최저임금 지급 능력을 상실했다고 호소한다. 올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시급은 1만 2000원을 넘어선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업장은 폐업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기사엔 "그렇게 힘들면 지금이라도 사업 접고 월급쟁이 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자영업자 100만 명이 셔터를 내린다는 의미를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100만 폐업 시대'의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번 생각해 보자. 2024년 소상공인들의 평균 창업 비용은 8900만 원이다. 그중 본인 부담금은 6400만 원 수준. 나머지 2500만 원은 빚으로 충당했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100만이 폐업했다는 사실은 상환 능력 없는 25조 원의 부실채권이 나온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이들이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곧 세금을 들여 해결해야 할 문제로 번진다.
100만 폐업에 따른 일자리 한파는 한층 직접적으로 와닿는 파급효과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용을 아예 포기하고 '나 홀로 사장'을 택한 자영업자는 점차 증가해 지난해 422만 5000명을 기록했다.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은 곧 나와 내 주변의 고용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빚만 남은 사장님 100만명과 일자리를 일은 더 많은 '알바생'으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는 더욱 얼어붙을 터다. '경기 위축, 내수침체' 악순환이 더욱 심화하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도 저서 '자영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에서 자영업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일자리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이기도 한 자영업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내수를 위축시키면 연쇄적으로 경기 전반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30%가량은 자영업에 종사한다.
물론 과도하게 높은 자영업 비중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계획된 절차에 따라 '질서있는 퇴진'으로 이어져야 사회와 경제에 충격이 덜하다.
반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100만 폐업은 모래성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부스러져 내리는 모래성 같은 형국이기에 문제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소상공인 폐업이 기폭제가 돼 우리 경제에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폐업의 연쇄효과가 이렇게 크다면 폐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최저임금제를 보다 지속 가능한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최저임금 동결, 주휴수당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를 산정할 때 업종별 지급 능력, 지역별 물가 차이 등을 이젠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2026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단순한 인상률이라는 숫자를 넘어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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