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투자 넘나드는 UTC인베 "스타트업·중견기업 투 트랙으로 차별화"
[퍼스트클럽]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①
스타트업은 사후관리 집중…중소·중견은 매출 중심 투자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2000년대에 상장한 기업 중에 창업자의 은퇴 시기가 도래한 곳들이 있습니다. 기술력이 있는 회사 중에서도 창업자가 경영을 그만두려는 회사들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UTC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취임한 김동환 대표는 취임 이후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본연의 역할과 더불어 업력이 오래된 중소·중견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그로스캐피탈 투자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VC 업계에서는 그동안 VC의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UTC인베스트먼트는 그로스캐피탈 투자 확대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린다. 다만 자금 공급 위주의 VC 역할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1988년 삼승투자자문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투자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보다 중소·중견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스케일업을 도모하는 그로스캐피탈 투자를 주로 진행했다.
그로스캐피탈 투자는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안정된 중소·중견기업에 소수 지분 인수로 경영에 참여하는 투자 방식이다. UTC인베스트먼트는 10% 후반대에서 30%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1998년 창업투자회사(현 벤처투자회사)로 등록을 마치고 2004년 지금의 UTC인베스트먼트로 상호를 변경한 뒤에도 한동안은 그로스캐피탈 투자가 주요 사업 일 만큼 전문성을 보유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투자 분야가 커졌다. 운용3본부까지 있는 VC본부는 IT·반도체, 바이오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VC 투자와 그로스캐피탈 투자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며 "운용자산이 8000억 원 정도가 된 만큼 VC는 현재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그로스캐피탈을 좀 더 빨리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술력이 있고 업력이 20년 이상 되는 중소·중견 기업을 그로스캐피탈 투자의 주요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벤처 붐 이후 상장한 회사의 창업자들이 은퇴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이들 중에서 회사를 매각하려는 시도가 요즘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 위치한 제조·유통 기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방 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자녀들이 경영을 이어받는 게 일반적이나 최근 젊은 2세들 사이에서는 가업승계에 대한 의사가 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보고 있는 산업은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산업 규모가 작고 누군가가 뛰어들기엔 수백억 원 규모가 필요한 산업'이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까지 확보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원칙도 세웠다. 성장 가능성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큰 기업이다.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빚을 지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만 매출 증가에 대한 비전이 불명확하면 투자 대상에서 멀리한다.
김 대표는 "(그로스캐피탈 투자의 경우)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며 "상장 하나만 보고 투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사의 잠재 인수자가 보이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VC의 본업인 스타트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다만 VC 업계의 포트폴리오(투자기업 리스트)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투자한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심사역 1명당 최대 12개의 기업을 관리하는 운영을 지향한다. 12개를 넘어서면 사실상 성장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심사역들에게는 이미 사업을 잘 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신 도움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만나는 것을 독려한다.
김 대표는 "1등 기업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1등 한다. VC가 해야 하는 건 7, 8등 하는 곳을 3, 4등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기업가치가 2~3배로 성장하는 포트폴리오가 많아야 전체 펀드 수익률도 좋다"고 말했다.
올해 UTC인베스트먼트는 신규 펀드를 최소한 2개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펀드 조성 직후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 전략 재점검에 힘을 쏟는다.
AI와 로봇 등 신산업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서 그동안 눈여겨봤던 기업들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미래 유망 산업 분야로는 △방산 △뷰티 △반도체 설계 △콘텐츠 지식재산권(IP) △AI 등을 꼽았다.
김 대표는 "올해와 내년의 투자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들이 보여서 숨을 고르고 시장 동향을 다시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사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The 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 MBA)
△신한금융투자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현재 SBVA) 이사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대표(2016~2018년)
△하나벤처스 대표(2018~2023년)
△UTC인베스트먼트 대표(2024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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