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더 벌어야 할 판에 주 4일이라니"…중기계 "포퓰리즘"
21대 대선 한 달 앞으로…여야, 주4·4.5일제 공약 잇달아 발표
유연근로제도 버거운데…"제조업 많은 한국에 안 맞아" 우려도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21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로제 확대를 앞다퉈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 대선후보들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유연근로제를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주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확실한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동계와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노동단체들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노동시간 단축 공약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청년유니온 등이 모인 '주4일제 네트워크'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도입된 주4일제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제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시점으로 주4일제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 정책 도입을 촉구한다"고 했다.
보수 정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4일 "주4.5일제와 주52시간제 폐지를 대선공약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우리는 민주당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주4.5일제는 쉽게 말해 월~목에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중소기업계 숙원인 주52시간제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계에선 "한쪽 편만 드는 공약"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달 뉴스1과 인터뷰에서 주4.5일제 공약에 대해 "금요일에는 오전만 일한다는데 소상공인은 조금이라도 더 일해서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하면 더 놀게 해줄까'만 고민한 공약"이라고 했다.
중소기업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난해 9월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29위"라며 "생산성 향상 없이 주4일제를 법제화하면 생산 차질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후보들이 언급한 주4.5일제는 일부 대기업에서 '패밀리데이' 등의 형태로 이미 도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선택적근로시간제' 등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만 있다면 주4일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도입률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유연근로제 도입률은 51%였지만 5~9인은 19.1%에 불과했다. 10~29인은 30.4%, 30~99인은 37.1%였다.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관리 근태 등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제도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유연근로제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곳은 4.2%에 불과했는데 그 이유는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가장 많았다.
학계에서는 주4일제가 제조업 위주인 우리나라 특성상 생산성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한국사회정책학회가 2023년 발행한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 33개국에서 시행한 주4일제 실험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4일제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63%가 IT, 통신, 전문 서비스 기업이었다. 연구진은 "가동시간의 감소가 직접적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제조업에선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사업주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꼭 지금이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대내외 경제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근로자가 아닌 기업인,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여건을 살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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