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 90%가 중소기업인데"…대선판서 잊힌 中企
주요 대선 후보 공약집서 '중소기업 맞춤 공약' 실종
주 4.5일제 실시 등 공약에 '현실 모르는 정책" 반발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중소기업을 두고 늘 '경제의 허리'라며 추켜세우지만, 이번 대선판에서는 뒷전인 기분이네요. 특히 주요 공약들이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선을 불과 십여 일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는 중소기업 숙원 해결을 약속하는 말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뉴스1>이 분석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공약집에는 중소기업 관련 내용이 부실하거나 아예 빠져 있다.
후보별로 김문수 후보는 '자유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나라'라는 1번 공약을 통해 △주52시간제 근로 시간 개선 △산업용 전기료 인하 추진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제 정비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세금, 부담금 감면 등 우대 등을 약속했다.
다만 이 공약들은 중소기업 전용 공약이라기보다는 전체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에 가깝다. 그나마 주52시간제 근로 시간 개선이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라고는 하지만 이는 반도체 등 대기업에서도 동일하게 요구하는 부분이다.
이재명, 이준석 후보의 공약집에서는 중소기업 관련 내용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보면 노동자(일하는 사람, 모두가 주인공인 나라)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힘내라 K-직장인) 등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우주, 항공, 방위 산업 부양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중소기업으로 국한해 특별 지원하는 맞춤형 공약은 없다.
이준석 후보는 4호 공약으로 '최저임금 최종 권한 지자체에 위임'을 내걸었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 역시 중소기업계의 숙원과제 중 하나지만 이 후보의 최저임금 관련 공약은 기업보다는 노동자를 위한 공약에 가깝다. 이외 법인세 자치분권 등 기업에 유리한 공약도 일부 포함돼 있다.
최근 진행된 경제 분야 후보자토론회에서도 중소기업 관련 토론이나 공약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위기'를 호소하며 대선 후보들이 업계 주요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계가 줄곧 요구해 온 3대 숙원과제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최저임금 제도 개편(주휴수당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예외 조항 신설 등)이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올해 중점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에게서 이에 부합하는 내용의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되레 '주 4.5일제' 등 기업에 불리한 내용의 공약을 앞세운 후보들의 선거 활동이 이어지자 중소기업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이런 규제와 의무를 지킬 '체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첫번째다. 또 트럼프 관세 충격과 극심한 내수침체에 고환율, 고물가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숙원 과제 해결은 커녕 더 강력한 규제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에 대해 중기인들은 '숨이 막힌다'고 호소하는 중이다.
경기도의 산업단지에서 제조업을 하는 대표 이 씨는 "선거할 때만 되면 협회(중기중앙회)에도 찾아오고 기업도 만나고 하면서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이번에 공약집을 봤는데 (중소기업 관련) 내용이 없더라"며 "요즘 진짜 업계가 정말로 어려워서 곡소리가 나는 상황이다. 좀 살펴줬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다 같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충남에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대선이 코앞인데 (중소기업을)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없더라. 탄핵 전에는 정치권 싸움만 끝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겠지. (업계를) 살펴주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며 "경제 분야라고 해서 (후보자)토론회도 다 챙겨봤는데 (중소기업계) 이야기가 없더라. 그냥 버티라는 건지, 포기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12일 개최한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방향 대토론회'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과 함께 근로시간제 관련 성토가 쏟아졌다.
강동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선을 앞두고 주 4.5일제 등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은 선진국들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낮고 근로시간제가 경직돼 있다"며 "선진국 대부분도 시행하지 않는 주 4일, 주 4.5일제 의무화라는 길을 먼저 가야하냐"고 꼬집었다.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벤처·스타트업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제한된 인력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며 "노사 간 합의에 근거한 근로 시간 조정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경제의 근간을 지키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치권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공약에 실질적인 개선안을 포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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