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1) 신은빈 기자 =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각축전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참신함과 도전 정신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는 '4YFN'(4 Years From Now)란 이름의 스타트업 특별관이 따로 마련됐다. 4년 뒤 MWC 본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박람회다.

전 세계 스타트업으로 북적인 이곳에서 국내 기업은 부스를 차리고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 집계에 따르면 참가 기업 187개 사 중 4YFN 참여사는 78개 사다.

관람객들이 부스 앞에 멈춰서 관심을 보일 때마다 각 사 대표는 제품과 기술을 시연하며 눈을 반짝였다.

'투아트'는 AI 기반 시각 보조 음성 안내 애플리케이션(앱) '설리번 플러스'를 전시했다. 2018년 앱을 처음 출시한 후 2022년 MWC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Global Mobile Awards·글로모 어워즈)를 수상했다.

설리번 플러스는 시각 장애인이 문자를 쉽게 인식하고 앞에 있는 사물이나 풍경을 인식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음성으로 묘사해 준다. 문자 스캔과 문자 인식은 물론 색상 인식, 얼굴 인식, 지폐 인식, 돋보기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시연용으로 비치된 스마트폰 내 앱을 켜고 'AI 모드'를 누른 뒤 카메라로 전방을 촬영하자 "회색 후드티를 입은 여성이 걸어갑니다"며 음성과 문자로 정보를 안내했다.

올해 8월에는 이 서비스를 탑재한 안경 형태의 하드웨어도 출시할 예정이다. 안경을 쓰고 앞을 바라보면 기기 오른쪽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와 사물이나 풍경을 문장으로 알려준다.

AI 기반 더빙 설루션을 제공하는 '허드슨에이아이'는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에 감정을 함께 살린 자연스러운 더빙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3월부터는 북미 스포츠채널에서 야구 등 경기 중계 더빙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감정 표현을 극대화해 실감 나고 생생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돕는다. 득점 순간 고조되는 해설가의 목소리와 환호 등을 다국어로 더빙할 때도 최대한 반영했다.

현재는 9개 언어를 대상으로 지원하며 더빙까지는 15분 남짓의 시간이 걸린다. 올해 하반기에는 실시간에 준하는 더빙 서비스로 스트리밍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더빙 기술은 AI 에이전트에도 녹였다. 허드슨AI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한 AI 상담원과 가상 통화를 해보자 기계음이 아닌 따뜻하고 안정적인 톤의 여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현진 허드슨에이아이 대표는 "원하는 목소리를 설정하고 반언어적 표현을 살려서 감정을 극대화하고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소통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브이터치'는 특정 음성만 구분해 식별할 수 있는 AI 기반 음성 대화 서비스 '위즈퍼 링'을 선보였다. 반지 형태의 기기는 이용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해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내에서 여러 동작을 수행한다.

근접 음성만 인식하도록 설정하면 반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한 명령만 수행한다. 반지와 거리가 먼 곳에서 들리는 음성은 인식하지 않는다.

위즈퍼 링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원격으로 동작을 제어한다. 운전 중이어도, 스마트폰이 잠겨 있어도 반지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고 캘린더에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를 포함해 20개 국어를 지원한다.

김석중 대표가 반지에 입을 가까이 대고 "1시간 뒤 화장실 가라고 알림 설정해 줘"라고 말하자 스마트폰에 '화장실 가기'란 메모의 알람이 생성됐다.

김 대표는 "챗GPT 같은 AI 채팅 서비스가 음성을 통해 원격으로 작동하면 훨씬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AI와 더욱 편리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bean@dqdt.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