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래 모빌리티, 기술은 있는데 정부가 못 따라온다
[규제에 막힌 미래 모빌리티]④정책 일관성 실종
美·中은 정부 전폭 지원…자본·정책 지원해 '한국형 모델' 개발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한국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하다. 국내 스타트업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 카카오모빌리티(424700)와 쏘카 등 차량 플랫폼 업계와 협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정부의 제도와 투자가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 논리에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불확실성도 커졌다. 신사업 투자를 아끼지 않는 외국과 비교하면 자본 싸움에서도 밀린다.
해답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과 자금 지원이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마중물을 넣어 줘야 시장에 활기가 돌고 양질의 기술을 제한 없이 개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타다의 차량 호출 서비스가 당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허용된 범위에서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타다의 서비스는 불법으로 전락했다. 국회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타다의 서비스 기반 모델인 렌터카의 유상 운송이 제한됐다. 순식간에 법이 바뀐 것이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건 혁신 산업을 정치적 관점에서만 바라본 탓이다. 정치권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표밭을 따져 입장을 정했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없으면 글로벌 업체와 경쟁 선상에 나란히 설 수조차 없다고 호소한다.
업계 1위인 구글의 웨이모는 정부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금이 17조 원에 달한다. 앞으로 8조 원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는 누적 20조 원을 투자받고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철수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투자한 직접 지원금만 239조 원이다.
반면 국내 최다 투자금을 유치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누적액은 820억 원이다. 국내 최초로 일반 형태 차량의 무인 자율 주행 테스트 허가를 받은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투자금 역시 552억 원에 그친다.
유연하지 못한 제도도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자율주행 레벨4 차량으로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대상은 대중교통과 물류 차량으로 제한된다. 일반 승용차 형태를 포함한 레벨4 자율주행 차량 판매는 불법이다.
운수 차량에는 국가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자율주행 사업자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한다. 현행법상 지급 대상인 운수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2억 3000만 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은 국내 운수 시장의 중국 점유율만 높여주고 있다.
완전 자동화 무인 주행에 필요한 원격주행 기술은 '6m' 안에 갇혔다. 유엔(UN) 협정국의 자동차 관련 국제 기준 UNR(UN Regulation)은 원격 제어자가 차량으로부터 6m 이내에 있을 때만 원격주행을 허용한다. UN 협정국인 한국은 별다른 국내 정책이 없는 이상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업계는 앞다퉈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중국은 우한 등 특정 도시에서 규제를 해제해 자율주행 차량 약 2000대를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 개방 도로 길이는 3만 2000㎞에 이른다.
미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덕분에 웨이모는 지난해 자율주행 차량 1035대를 운영했다. 672대는 레벨4 수준의 무인 주행이었다.
반면 한국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운행한 자율주행 차량이 455대에 그친다. 이중 무인 주행 차량은 없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자율주행 같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은 막대한 자본과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선별된 기업에 지원금을 집중하거나 국가 주도로 '코리아 원팀'을 꾸리는 등 한국형 경쟁 모델을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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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 무인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급격히 확장 중이다. 반면 한국은 표밭을 의식한 정치 논리가 불필요한 규제로 이어져 혁신을 가로막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다금지법이다. 플랫폼의 '독점 프레임'도 강하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미래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엄중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혁신'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