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가 하늘을 점령한 까닭 [손엄지의 IT살롱]
스페이스X, 올해 3월 기준 누적 8000기 이상의 위성 발사
민간기업의 궤도·주파수 독점 우려…'K-스타링크' 준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요즘 밤하늘에 반짝이는 물체가 보이면 "저건 별이 아니라 위성이야"라며 분위기를 깨는 소리를 듣곤 한다. 실제 전 세계에서 관측되는 줄지어 움직이는 밝은 점들은 천체가 아닌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일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19년부터 팰컨9 로켓으로 수천 기의 저궤도(LEO)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며 지구를 뒤덮는 인터넷 통신망 구축에 나섰다. 2025년 3월 기준 누적 8000기 이상의 위성이 발사됐다. 전 세계 작동 인공위성의 절반 이상이 스타링크다.
스타링크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구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지, 산간, 해상, 재난지역, 전쟁터 할 것 없이 기지국 없이도 연결되는 초연결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스타링크는 전장 통신 인프라로 투입돼 러시아의 통신 방해 속에서도 드론 작전과 실시간 명령 체계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연결'은 논란도 많다. 우주 공간은 모든 나라에 열려있으나 한 기업이 궤도를 사실상 독점 이용하는 현상에 국제사회는 아직 명확한 제한을 두지 못하고 있다. 위성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충돌 위험도 커졌지만 이를 사전에 막을 국제 규범도 없다.
천문학계에선 하늘이 빛 공해로 오염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천문 연구자들은 촬영된 천체 사진 곳곳에 위성의 밝은 궤적이 새겨지는 현상을 공유했다. 이들은 "밤하늘을 더는 맨눈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한 민간기업이 궤도와 주파수를 사실상 독점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통신망은 곧 안보와 정보 흐름을 좌우하는 인프라다. 스타링크처럼 수천 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우주 네트워크는 미국의 정보 주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반대로 다른 나라는 미국 인프라에 의존하는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위성통신' 개발에 나서 2030년까지 약 100기의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국방, 재난통신, 자율주행 및 UAM(도심항공교통) 등 분야에서 위성 기반 네트워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늦었지만 자립을 위한 시작이다.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설레던 별빛은 이제 한 기업이 만든 연결망일 수 있다. 이 연결망 속에서 주도권 싸움은 단지 산업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주권을 결정짓는 싸움이 하늘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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