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미래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최근 넷플릭스, 유튜브, 챗GPT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들은 한국의 미디어(OTT)·SNS·검색·AI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동영상 소비와 디지털 서비스 이용이 폭증하면거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국내 미디어 소비의 주류 플랫폼으로 부상했고, 2022년 말 출시된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는 검색과 AI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한국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2020년대에 들어 OTT 시장의 선두로 급부상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월 넷플릭스 사용자는 134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그 다음 쿠팡플레이(753만명), 티빙(551만명), 웨이브(257만명), 디즈니플러스(225만명) 등이 뒤를 따랐다. 넷플릭스는 시청 시간도 1년 새 30% 넘게 늘어 OTT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43억 분이었던 시청시간은 54억 분으로 32% 증가했다. OTT 앱 1인당 월 평균 사용시간은 넷플릭스 6시간 43분, 웨이브 4시간 10분, 티빙 4시간, 디즈니플러스 2시간 4분, 쿠팡플레이 1시간 43분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한국 드라마·영화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제작사에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가져왔다. 수천억 원 규모를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여 K-콘텐츠의 세계적 흥행을 이끌면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해외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개인별 취향에 맞춘 추천 알고리즘으로 시청 편의성도 증대되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독주로 토종 OTT들은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넷플릭스의 막대한 콘텐츠 투자로 콘텐츠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국내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지난 수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자 SNS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TV 대신 유튜브로 뉴스·예능·교육 등 거의 모든 영상을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시간 1위 앱으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4665만 명)이며, 이어서 인스타그램(2644만 명), 넷플릭스(1348만 명), 틱톡(1163만 명), 쿠팡플레이(753만 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용 시간 점유율을 살펴봐도 1위는 유튜브였다. 유튜브 1093억 분(67.4%), 인스타그램 239억 분(14.7%), 틱톡 101억 분(6.2%), 넷플릭스 54억 분(3.3%), 티빙 13억 분(0.8%) 등이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 SNS 시장은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인 셈이다. 유튜브는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이 되었으며, 동시에 댓글·구독을 통한 소통으로 SNS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유튜브의 대중화는 1인 미디어 창작 열풍과 새로운 디지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일반인, 연예인, 전문가 할 것 없이 수많은 유튜버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중소 사업자나 개인이 적은 비용으로도 글로벌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지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알고리즘 추천으로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손쉽게 발견하고, 실시간 스트리밍 등을 통해 쌍방향 소통을 즐기는 등 콘텐츠 소비 경험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는 기존 미디어 산업의 위축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많은 기업 광고 예산이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전통 미디어 및 포털 업계의 광고 수입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알고리즘이 자극적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경향으로 인해 가짜 뉴스, 혐오 발언, 극단 정치 성향 영상들이 방대하게 유통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선동적 콘텐츠로 조회수를 올리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분열 우려도 제기되었으며, 이 밖에도 인기 유튜버들의 사생활 논란이나 어린이·청소년의 유튜브 중독 문제, 무분별한 사생활 폭로성 콘텐츠 등도 유튜브 생태계의 그늘이 되고 있다.
챗GPT는 검색·AI 분야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록되었다.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6억 명이며, AI 챗봇 시장에서 약 62.5%의 점유율로 1위이다. 한국에서도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 2월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은 챗GPT로 주간 사용자 수는 493만 명을 기록했다. 딥시크가 121만 명으로 2위, 그 뒤로는 뤼튼이 107만 명, 에이닷이 55만 명, 퍼플렉시티가 36만 명,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17만 명, 클로드가 7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챗GPT는 이제 검색 엔진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직 업무부터 일상 질문 해결까지 챗GP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챗GPT에게 즉답을 얻는 형태로 정보 탐색 행태를 바꾸면서 검색 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챗GPT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 AI 활용 붐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 및 개인의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번역·요약·아이디어 도출·코딩 등 다양한 작업에 챗GPT가 활용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챗GPT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먼저 할루시네이션 문제로 챗GPT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기고 한다. 기밀 정보 유출과 보안 위험도 있다. 일부 직장인들이 업무 자료를 챗GPT에 입력했다가 기업 기밀이 외부 AI로 유출되는 사례가 문제 되었다.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들이 숙제를 AI로 대필하거나 논문을 생성하는 부정행위가 발견되고 있다. 또한 검색 엔진과 포털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 인터넷 생태계가 AI 주도권을 해외에 내줌으로써 IT 강국의 신화가 AI 강국 신화로 이어질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0년대 이후 넷플릭스·유튜브·챗GPT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들은 한국의 미디어 소비 행태와 디지털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막대한 자본, 고도의 기술력,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며, 그 결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국내 기업들을 압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향후도 이들의 파급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시장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와 적응을 거듭해 나갈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맞설 토종 OTT의 연합 전략이 성과를 낼지, 또한 챗GPT발 AI 혁신에 대응한 소버린 AI 경쟁이 성공할지가 한국 디지털 시장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다만, 유튜브에 대한 국내 동영상 플랫폼의 경쟁은 사실상 어려워지는 대신 네이버·카카오 등의 숏폼 동영상 트렌드가 이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지, 정부의 유튜브 콘텐츠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가 주목된다.
사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한국 시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국내 산업은 이들과의 공생 전략이 필요하지만, 공생이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진 소버린 플랫폼 전략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책당국은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내 기업의 성장 기반을 보호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주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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