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젠슨 황이 부른 'AI 지각변동' 속에서 새 기회 찾아야
'고향 사랑' 넘어 지정학적 이합집산 전략 깔려
TSMC·폭스콘·미디어텍 'AI 밸류체인 파워'…韓 총체적 접근필요
- 김민석 기자
(타이베이=뉴스1) 김민석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에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타이베이 북부에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맞먹는 규모의 '콘스텔레이션(별자리)' 신사옥을 짓겠다고 깜짝 발표해 비즈니스 전략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표면적으로는 타이난 출신인 황 CEO의 고향 사랑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지정학적 계산과 이합집산 전략이 복잡하게 깔려 있다.
일단 엔비디아가 미국 실리콘밸리(빅테크) 의존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빅테크들의 '탈(脫) 엔비디아' 전략에 맞대응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AI 산업의 심장이 대만에 들어서는 건 AI 산업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AI 혁신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주도해 왔다. 그러나 황 CEO는 빅테크를 넘어 전 세계 정부·기업에 직접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풀 스택 컴퓨팅'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대만을 선택한 건 황 CEO의 고향이기도하지만, 압도적인 'AI 밸류체인 파워'를 보유했기 때문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대만은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 세계 1위 AI 서버 제조사 폭스콘, 세계 1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조사 미디어텍 등 최정상급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칩 설계부터 생산·패키징·서버 구축까지 전 과정을 대만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전략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황 CEO가 컴퓨텍스 2025 SK하이닉스 전시관을 방문해 "GO SK!"를 외치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탑재 엔비디아 GPU(GB200)를 전시한 금판에 "SK하이닉스 사랑해요"를 적었지만 HBM 공급사 지위로 주도권을 잡기란 쉽지 않다.
엔비디아가 대만 기업들과 결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메모리 강국 지위에서 벗어나 '시스템 메모리'(비메모리) 역량을 필수적으로 키워야 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 시스템반도체 육성, AI·반도체 인재 양성 등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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