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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인공지능 세 번의 충격과 한국의 현주소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인간의 지능을 닮은 기계라는 인공지능(AI)이 인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첫 번째 사건은 소위 알파고(AlphaGo) 충격이다. 이는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AI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급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이긴 사건이다.

신경망을 이용한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결합한 AI 기술이 인간의 사고력을 요하는 바둑이라는 복잡한 게임에서도 최정상급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격적인 AI 시대 도래를 알린 이 충격으로 인해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AI 충격은 2022년 11월 출시된 생성형 AI ChatGPT이다. 기존 AI 기술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예측하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생성형 AI는 창작·아이디어 생성·코딩·문서 작성 등의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ChatGPT과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은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대화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보았던 생성, 창조의 영역을 AI가 대체하게 되면서 지식 노동의 AI 대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과거 AI 기술은 소수의 연구기관이나 기업만 활용할 수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일반 사용자도 쉽게 접근가능한 형태로 제공되면서 AI 활용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개인과 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딥시크(Deepseek) 충격이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등장하며 전 세계 기술업계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진 사건이다. 딥시크는 중국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으로 학·석사를 마친 량원펑이 2023년 7월 창업한 회사로 한국 설 연휴 기간 중인 올해 1월 챗GPT의 일부 성능을 뛰어넘는 AI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하며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인 받은 충격인 “스푸트니크 모멘트”에 비견되는 사건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딥시크의 발표에 따르면 이 모델에 투입한 개발비는 약 80억 원에 불과해 미국 오픈AI가 챗GPT 개발을 위해 들였던 비용의 5%에 불과했다. 딥시크는 미국의 수출규제로 고성능인 엔비디아 칩인 H100이 아닌 저성능 AI 가속기인 H800 등으로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었다.

결국 딥시크의 등장으로 고성능 AI를 개발하려면 고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저비용 고성능 AI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경쟁에 중국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미국의 AI 및 반도체 기술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AI 분야에서 독립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딥시크는 오픈소스를 통해 모델을 공개하면서 폐쇄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오픈AI, 구글 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오픈소스란 누구나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스타트업, 연구기관, 개인 개발자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이용하면 기술 발전과 혁신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중국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하여 글로벌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딥시크의 충격은 AI 산업의 가치 중심이 GPU와 같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모델 및 서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AI 모델이 경량화되고 비용이 줄어들면, 기업들은 비싼 GPU를 구매하기보다 저렴한 AI API나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클라우드 AI 수요가 감소하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GPU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가 더 효율적으로 발전할수록 자원 소비가 줄어들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개발, 사용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자원소비는 증가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작동한다면 GPU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다만, 이 역설이 유효할지는 여부는 AI가 얼마나 많이 활용될 것이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애플은 빅테크 간 AI 경쟁에 뛰어들지 않아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는데, 이제 딥시크와 같은 가성비 AI를 통해 효율적 AI 도입이 가능해졌다. 다만, 딥시크 등장으로 인한 가장 수혜자는 소비자라고 봐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선택권 확대라는 편익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글로벌 AI 3대 강국을 꿈꾸는 한국 AI 현주소와 딥시크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시장에선 총 122개의 초거대 AI 모델이 공개되었는데, 미국이 63개, 중국이 45개 모델을 선보여 1, 2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프랑스(3개)와 공동 3위에 올랐다. 모델 수로는 AI 3강을 유지한 셈이다.

다만, AI 모델 수와 다른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대학원 수준 문제 해결 능력으로 모델을 분류한 LM테스트닷컴의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순위를 보면 상위 60개 모델 중 미국이 42개, 중국은 11개, 프랑스가 4개, 이스라엘이 2개, 캐나다가 1개 모델을 차지했고 한국 모델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이 73개국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AI 성숙도 부문에서 2군에 포함됐다. 1군은 'AI 선도 국가'로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가 해당하고 한국은 프랑스, 일본, 대만, 이스라엘, 호주 등과 제2군인 'AI 안정 국가'로 분류되었다.

딥시크 충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은 인프라, 컴퓨팅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입장에서도 기술력만 갖춘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다만, 현재 한국의 AI 기술력이 딥시크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도 회의적이지만, 과연 한국의 AI 생태계가 오픈AI와 딥시크와 같은 스타트업이 최신, 최고의 기술을 제품화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형성되어 있느냐는 것도 의문이 있다.

AI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전문 인력이다. 현재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의대에 진학하고 이공계로 진출한 경우에도 국내보다 미국에 체류하는 현상은 현재의 이공계 인재가 국내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안정적이고 부유한 삶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스타트업에 대해 실패를 용인하는 투자, 중장기적 투자, 그리고 획일적이고 균등한 것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하는 투자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이 스타트업 창업 스펙을 대기업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장기적 안목에서 수학, 과학 등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가 응용 학문과 기술의 발전에 결정적인 중요성이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없이 논의되었지만, 실제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음 아무리 딥시크가 가성비 AI를 가능하게 했더라도 그건 미국에 비해 상대적인 저비용일 뿐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는 것은 여전한 팩트다. 딥시크가 보유한 GPU 숫자는 한국 정부가 내년까지 구입하려는 GPU 숫자와 유사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컴퓨팅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정부가 마중물이 되고 기업이 후속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딥시크가 사회주의적 가치에 위배되는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에서 보듯이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독립적인 소위 소버린 AI의 필요성도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답변하는 AI 모델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빅테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서든 아니면 독자적인 기술력을 통해서든 한국형 AI 모델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AI 분야 강소국을 넘어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본도 기술도 인재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데이터 등의 규제는 미국, 중국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자본, 기술, 인재를 집중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데이터 등 과감한 규제혁신도 필요한 상황이다. 각 대학별로, 연구실별로, 기업별로, 부처별로 AI 개발과 진흥을 외치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의 AI의 미래는 암울하다.

차제에 한국의 기술, 인력, 자본, 정책 및 규제 환경을 미국, 중국과 비교, 분석해서 부족한 점을 따라잡을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AI는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이 보유한 핵과 인공위성과 달리 고도의 IT 역량을 지닌 우리가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분야이다. 한국이 AI 소비국으로 전락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는 골든 타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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