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디지털 문명이 인간의 감각과 경험, 사회적 능력까지도 잠식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고발한 '경험의 멸종'을 어크로스출판그룹이 번역출간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저자 크리스틴 로젠은 '매개 경험'(mediated experience)’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면서 인간성의 퇴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문명의 편리함이 인간 고유의 능력-기억력, 감각, 사회적 기술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2010년 한국에서 실제 아이를 굶겨 죽게 한 온라인 게임 중독 부부의 사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혼한 남성의 사례 등은 매개 경험이 현실을 대체하는 비극적 단면을 보여준다.

SNS 상의 인간관계는 예의, 인내, 눈맞춤 등의 사회적 감각을 무디게 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현대인들이 물리적 한계를 참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 ‘서로를 보며 소통하도록 진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대면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뇌의 화학 반응-심박수 증가, 페닐에틸아민 분비 등은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생물학적 반응이지만 줌 회의와 메시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러한 능력을 퇴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원격 근무도 저자는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비공식적인 대화, 우연한 만남 등 물리적 접촉의 가치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디지털 방식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책은 편리함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씀/ 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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