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신주, 5년만 돌아왔다…위용 드러낸 국보 '종묘 정전'
"우리 기술로 옛 장인의 손길 되살려"
준공기념식 앞서 155년만 '환안제'도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보 '종묘 정전'이 5년 만에 대규모 보수 정비 공사를 끝내고 마침내 위용을 드러냈다. 정전은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국가유산청은 20일 오후 대대적인 수리를 마치고 처음으로 공개된 종묘 정전에서 고유제와 준공기념식을 열었다. 신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고하는 고유제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주관으로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봉행됐다.
이날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기념사에서 "이번 종묘 수리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었다"며 "우리의 기술로 옛 장인의 손길을 되살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묘 정전의 수리는 마무리됐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잊혔던 전통을 일상 속에 다시 숨 쉬게 하는 것이 국가 유산을 보존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이제 종묘의 위엄과 품격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됐다"며 "종묘가 앞으로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해서 세대를 넘어 그 가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종묘 정전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이래 600년 넘도록 왕실 제례가 이어져 온 곳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로 1985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구조적 균열, 기와 탈락, 목재의 노후화 문제가 지속해서 확인되면서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대규모 수리를 진행했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창덕궁 구 선원전에 2021년부터 임시 봉안됐던 신주 49위를 다시 제자리로 모셔 오는 '환안제도 열렸다.
155년 만에 이뤄진 이번 환안제는 창덕궁 금호문 앞에서 시작해 광화문과 세종대로, 종로를 거쳐 종묘까지 약 3.5km 구간을 행진했다. 사전 모집한 200명의 시민 행렬단을 포함, 총 1100명이 행렬에 참여했다.
이번 환안 행렬에서는 헌종 대 제작된 '종묘 영녕전 증수 도감 의궤'를 바탕으로 장인들이 특별히 제작한 신여, 신연, 향용정을 포함해 전국에서 확보한 총 28기의 가마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졌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오는 21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삼가 모시는 공간, 종묘' 특별전시를 연다. 조선시대 종묘 건축 증수를 비롯해, 종묘 신주의 이안과 환안, 5년간의 보수 공사 과정을 영상으로 엮은 '종묘정전보수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jsy@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