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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고수 향기 중독'

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쌀국숫집에서 일하면 손님 개인 취향에 따라 색다른 요청을 받곤 한다. 최근에는 채소를 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그대로 해드린다. 고기를 빼 달라고 해도 언제나 긍정적인 미소로 응대하려 한다.

빼는 요청이 있는가 하면 더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고기나 면을 추가 주문하지만, 요즘은 고수를 꼭 함께 드시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 국물에 고수를 넣으면 향이 좋아지고 맛에 신선한 감칠맛을 주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고수를 다듬고 나면 하얀색 굵은 고수 뿌리가 쓰임이 없어서 버려진다. 여기에 고기를 데치고 남는 뜨거운 물을 싱크대 속 야채 바구니에 있던 고수 뿌리 쪽으로 버린다. 그러면 고수 향이 위로 솟구치는 수증기에 섞여 얼굴 전체를 감싸준다.

매일 반복되는 순간이지만 마치 고수가 듬뿍 들어 있는 국물을 들이켠 느낌이 든다. 버리는 야채 쓰레기에서 받는 신선한 향기라고 할까? 음식의 영감은 이런 순간에 펼쳐진다.

고수가 육수에서 퍼지는 향은 마치 곰탕을 즐길 때 넣는 대파 같기도 하다. 생 대파가 살짝 데쳐지면서 오랜 시간 우려낸 뼈의 국물은 신선한 풍미를 더한다.

고수야말로 쌀국수 국물의 맛을 뚜렷하게 변화시킨다. 쌀국수 육수에는 최소 5가지의 향신료가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는 고수의 씨앗인 코리앤더가 향주머니 재료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수 씨앗인 코리앤더 비율에 따라서 국물 맛은 묘한 차이를 보인다. 마치 고수잎을 더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단골 쌀국숫집이 있다면 육수에 들어가는 향 팩에 고수 씨앗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고수"

고수잎과 씨앗은 서로 미묘한 향의 차이가 있다. 씨앗은 좀 더 향기로우며 꽃의 향을 연상시킨다. 흔히들 고수의 세제 향기라고 말하는 고수잎 특유의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고수 뿌리야말로 우리에겐 숨겨진 맛이다. 고수 뿌리는 앞에서 언급했던 고수 잎이나 씨앗과 달리 다른 재료와 곱게 갈아서 사용한다. 주로 태국과 인도 요리에서 카레 소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만약 고수잎만 쓴다면 남은 뿌리 부분은 물에 잘 씻어 냉동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예전 이태원에서 일할 때는 근처 시장에서 고수를 늘 구할 수 있었다. 신선한 고수와 각종 향신료도 가득해, 제주에서 살 땐 서울 방문 시 꼭 들르곤 했다.

향신료에 대한 관심이 나를 이끌어온 걸까. 고수 맛을 모르는 분들이 있으면 드셔 보라고 조금 담아 권해 드리기도 한다.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한두 번 맛보신 뒤 다음번 방문 때는 고수를 추가해서 드신다.

내가 먹어서 좋다고 느끼는 것을 권할 때 보람도 느낀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으니 고수 중독인 셈이다.

집에 와서도 먹어 보기 위해 잎을 쓰고 난 뒤 버리던 고수 뿌리 7개를 가져와 작은 화분에 심었더니 싹을 틔웠다. 작은 고수 잎사귀들이 꼬물거리며 나오려 한다. 작지만 건강한 고수 향이 피어난다.

뜨거운 육수 속에 버려지던 고수 뿌리가 잘 컸으면 좋겠다. 일도 취미도 관심 속에서 영글어 간다는 평범한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shef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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