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서 화폭에 담아낸 韓근현대 미술 거목, 生 마감하다 [역사&오늘]
5월 6일, 대한민국의 화가 박수근 사망 [역사&오늘]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65년 5월 6일,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목 박수근 화가가 향년 5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그는 고난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한국적인 정서와 서민들의 삶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담아내어 '국민 화가'로 깊이 각인됐다
1914년 강원도 양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정규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2세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의 꿈을 키운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18세에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수채화 '봄이 오다'로 입선하며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전쟁 때 단신 월남해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전쟁 후 창신동에 정착한 그는 가난한 이웃들의 삶, 주변의 풍경 등을 특유의 질박한 화강암 질감으로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시장의 아낙네, 길가의 아이들, 늙은 나무 등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이 담겨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국전에서 연이어 입선하며 화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고된 생활고는 그를 끊임없이 짓눌렀다. 과음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간경화까지 얻게 됐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라고 했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고단했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수근 화가의 작품은 유화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하고 돌처럼 딱딱하고 거친 질감을 표현해 한국적인 미감을 담아냈다. 대표작으로는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아기 업은 소녀', '절구질하는 여인', '노상'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다.
박수근 화가의 예술혼은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 속에 살아 숨 쉬며 진정한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그의 삶과 예술은 한국 미술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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