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앨범 낸 조성진 "나는 평범한 연주자…요즘 행복한 순간은"(종합)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 17일 발매
"라벨은 천재…드뷔시보다 더 지적이다"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3년 전, 도이치 그라모폰(독일 음반사)에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올해가 라벨 탄생 150주년이니 라벨 피아노 음악 전곡을 녹음하면 좋겠다고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제 제안을 받아들여 주셔서 음반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은 20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라벨 음반을 내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 탄생 150주년으로, 조성진은 이를 기념해 지난 17일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을 발매했다. 그가 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한 건 처음. 오는 2월 21일에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 2곡을 담은 앨범을, 4월 11일엔 전체 트랙이 담긴 디럭스 에디션을 발매한다.
조성진은 "라벨이 모차르트나 베토벤에 비해 많은 곡을 남기진 않았지만,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며 "라벨을 공부하면서 이 작곡가가 얼마나 천재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조성진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에 대해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로 꼽히는 드뷔시와 라벨이 무엇이 다른가 알려주고 싶었다"며 "드뷔시가 로맨틱하고 자유롭다면, 라벨은 드뷔시보다 더 지적이고 완벽주의자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앨범을 통해 많은 관객이 라벨의 음악 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라벨 음반을 녹음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뭘까. "개인적으로 연주할 때보다 녹음할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며 "파리가 마이크에 앉으면 파리 움직이는 소리까지 다 녹음이 될 정도로 세심한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녹음할 때 (내 연주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아도 음악의 큰 흐름 안에서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완벽주의자' 라벨과 닮은 점을 묻자 "나는 평범한 연주자여서 감히 닮은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아니스트는 행복한 직업"이라며 "위대한 작곡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축복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행복'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도리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요즘엔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친구들 건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은 관객과 나누고, 먹는 걸 좋아해서(웃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가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연주가 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평에 대해선 "'좋아진다'는 건 굉장히 주관적인 의견인 것 같다"며 "음악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그 순간의 정답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전부인 듯싶다"고 했다.
조성진은 앨범 발매와 더불어 라벨 탄생 150주년 기념 연주회도 이어간다.
오는 25일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 독주회를 시작으로 2월과 3월 카네기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연주가 포함된 미국 순회 연주를 진행한다. 4월과 5월엔 런던 바비칸 센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등 유럽 및 독일 유수의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한국에선 6~7월 리사이틀 투어로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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