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마슬레예프 "제 '최애'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3년 만의 내한 공연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6월 13~14일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라흐마니노프의 악보를 보면, 먼저 음악이 청중의 감정에 얼마나 깊이 다가가는지를 느끼게 돼요. 그다음에 악보를 들여다보면 '세상에, 이렇게 정교하게 구성됐구나' 하고 놀라게 되죠. 상상력과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의 '슈퍼 솔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37)는 오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작곡가에 대한 질문에 "라흐마니노프를 가장 사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슬레예프는 2011년 제21회 프레미오 쇼팽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주를 두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새롭게 발견된 천재 피아니스트", 프랑스의 클래식 전문지 디아파종은 "탁월한 해석과 섬세한 터치로 관객을 압도하는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했다.
마슬레예프의 이번 내한 공연은 2016년, 2019년, 2022년에 이어 네 번째다. 3년 전 내한 당시 차이콥스키, 라벨, 스크랴빈 등 폭넓은 레퍼토리로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는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날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으로 고전주의의 순수함과 정교함을 표현한 뒤, 차이콥스키의 '18개의 소품, Op. 72'를 통해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수를 들려준다. 둘째 날은 그의 '최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로 무대를 채운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의 특징은 무엇인지 묻자, "만화경(kaleidoscop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감정과 멜로디, 화성이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둘째 날 프로그램은 전부 라흐마니노프 곡이지만, 무소륵스키의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고파크'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스케르초' 등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곡들도 포함돼 있어요. 이 중 '스케르초'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피아노 소품인 만큼, 관객 여러분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지난 10년간 연주자로서 달라진 점에 대해 "무대에서 더 자유로워졌고, 연주할 곡도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연주에서 얻는 기쁨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여전히 연주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예술가에 대한 질문에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미하일 플레트네프(68)를 꼽았다.
"학창 시절에 플레트네프의 녹음을 많이 들었어요. 그의 연주는 정말 최고 수준이었죠. 특히 플레트네프는 전통적인 레퍼토리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내는 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통해 저 또한 피아노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무대를 두 차례 본 기억이 있다"며 "정말 놀라웠고, 그의 음악적 능력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연주할 때면 항상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셔서 한국에 갈 때마다 설렌다"며 "라흐마니노프 곡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인데, 언젠가 한국에서도 꼭 연주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열혈 팬'다운 바람이었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이번 내한 공연은 오는 6월 13일과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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