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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돌아오니 능선이 넘실넘실…아! 놀고 싶다 '연하선경'

극한 휴가, 화대종주를 나서다연하천~장터목 대피소
평평한 덕평봉 지나 가슴 아픈 선비샘…'화전민 텃밭' 세석평전

편집자주 ...여름휴가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바다와 계곡, 호텔과 펜션에서 좀 더 안락한 시간을 원하지만 ‘거꾸로 휴가’를 보내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편하기보다는 고생하더라도 도전하며 성취하는 ‘쉼표’, 일종의 극한 휴가다. 폭염 속 등산,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다. 기왕 한다면 지리산 화대 종주(화엄사~대원사 46.2㎞)는 어떨까. ‘3박 3일’ 종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연하천~세석대피소 구간에서는 기기묘묘한 바위를 많이 볼 수 있다. 길 가까이에 바싹 붙어있어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우람하고 으리으리하다ⓒ 뉴스1

(서울=뉴스1) 서영도 기자 = 오전 6시 아침밥을 거르고 3.8㎞ 거리의 벽소령으로 향한다. 삼각고지(1484m)까지 비교적 쉬운 700m의 길을 간다. 삼각고지는 지리산 주 능선과 별바위등에서 이어지는 능선이 만나는 곳이다. 안내 표시판이 없어 일반 등산객들은 모르고 지나치는 일도 있다.

크고 우람한 바위 아래로 돌아 오르면 형제봉(1452m)이다. 형제봉은 도를 닦던 형제가 연하천 요정의 유혹을 이겨내려 등을 맞대고 서 있다가 굳어버렸다고 전해진다.

'사색의 길'에서 바라본 지리산 남서쪽 방향. 장대한 주 능선 못지않게 유장([悠長) 하다. 짐작건대 산자락 너머엔 하동이나 구례가 있을 것이다ⓒ 뉴스1

숲속 돌밭 길을 지나면 오른편에 벽소령 대피소(1340m)가 안개처럼 다가선다. 벽소령은 밤이면 푸른 숲 위로 떠 오르는 달빛이 매우 희고 맑아서 오히려 푸르게 보이므로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승달까지도 아름답다고 한 벽소령의 달을 기자는 딱 한 번 봤다.

벽소령에선 종주하다가 지치면 하산하기도 비교적 쉽다. 남쪽으로 하동의 삼정마을, 북쪽으로 함양의 음정마을이 6㎞ 조금 넘게 가면 닿을 수 있다.

산행 안내판에 '00봉'이 나타나면 '어휴 저걸 또 어떻게 넘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덕평봉은 이름처럼 순한 언덕이다. 올라오는 길도 험하지 않았고 정상도 평지에 가까웠다ⓒ 뉴스1

여기서 세석평전으로 가는 처음 1㎞ 남짓을 기자는 사색의 길이라 부른다. 평평한 흙길이 숲과 장단을 맞추며 잡념을 사라지게 해준다. 오른쪽으론 멀리 섬진강 위로 안개바다가 펼쳐지고 왼편으론 절벽이 함께 한다. 사색의 길이 끝나면 옛 벽소령길 흔적이 보인다. 하동군 화개면과 함양군 마천면을 잇는 벽소령 중간도로이자 군사도로였지만 30여 년 전에 폐쇄되고 지금은 자연 회복 중이다. 개발은 쉽지만, 치유는 쉽지 않다.

벽소령에서 1.7㎞ 지점이 순한 덕평봉(1558m)이다. ‘덕평’은 정상부가 평평하여 덕스러워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화전민이 경작을 해 먹던 곳이라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얼마 지나면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선비샘이다. 덕평골에 살았던 화전민 노인은 천대와 멸시뿐인 이승의 삶이 한스러워 죽어서라도 남에게 존경받고 싶어 자신의 묘를 샘터 위에 써달라고 유언했다.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는 모습이 된다. 샘터 위에 돌무더기 무덤이 보인다. 지리산에서 야영이 금지되기 이전에 선비샘 근처는 최고의 비박(Biwak) 장소로 꼽혔다고 한다.

지리산 주요 등산로.

숲에 덮인 긴 오르막을 30분쯤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천왕봉까지 주 능선의 봉우리가 모두 표시돼 있다. 촛대봉이 왜 세석대피소 전에 있는지 의아해서 조망하고 있던 선착자에게 물었더니 자신도 이상하다면서 지도를 꺼내 보더니 잘못 표시돼 있다고 한다.

짧은 내리막 끝에 7명의 선녀가 서 있는 형상의 칠선봉(1588m)이지만 찾기도 세기도 쉽지 않다. 세석까지 1.9㎞ 남았다는 푯말을 보고 근처에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세석대피소에 이르는 마지막 오르막이다. 데크가 없다면 영락없이 기어올라야 하는 길이다. 데크 중간에 쉼터 2곳과 전망대를 설치해 천천히 가도록 유도한다. 조금 더 오르니 영신봉(靈神峰·1651m). 지리산 70여 개의 높은 봉우리 중에서 가장 영험하다고 알려져 풍수지리나 무속 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영신봉을 지리산의 정신적 지주로 친다.

세석대피소를 1.9㎞ 남겨두고 만난 칠선봉 표지판. 일곱개의 바위가 있다는데 찾기도 세기도 쉽지 않다. 같은 바위지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 뉴스1

영신봉에서 60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포근하게 앉아 있는 세석평전(細石平田)이 있다. 작은 돌밖에 없는 토양지대라 해서 ‘잔돌 고원’이라 부르다 한자 이름을 얻었다. 30여만 평의 세석평전은 철쭉으로 유명한데 기자는 때를 놓쳤다. 대신 고개를 떨구려는 구절초, 쑥부쟁이와 키 작은 풀들이 화전민의 터전이었던 평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세석대피소는 지리산 ‘교통의 요지’다. 남쪽 아래는 경남 산청의 거림계곡, 북쪽은 함양의 백무동, 남서쪽은 하동의 청학동과 의신마을로 연결된다. 모두 한 번씩 가봤던 길이지만 오가는 등반객이 거의 없어 무서웠던 기억이다.

대피소에서 촛대봉(1703m)까지 700m는 큰 돌길과 높은 경사로 걷기에 만만찮다. 아침 출발이 늦어 천왕일출을 보지 못할 사람들은 장쾌한 촛대봉 일출로 대신하곤 한다.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모양의 촛대봉에서 남쪽으론 빨치산들이 야전병원을 차렸다는 계곡과 도인들이 숨어 살았다는 ‘산중호수’ 청학연못이 있지만 지금은 생태 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하고 있다.

지리 10경의 하나인 연하선경. 벼랑과 고사목, 구름과 안개, 순하고 한적한 길, 이 모든 것들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뉴스1

수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2㎞의 돌길을 걸으면 ‘구름이 노는 아름다운 봉우리’ 연하봉(1721)을 배경으로 연하선경(煙霞仙境)이 펼쳐진다. 벼랑과 바위와 고사목 사이로 스며드는 운해가 만들어내는 천상화(天上畵). 대피소를 제외하곤 가장 오래 쉰다.

왜 여기에 오면 생뚱맞게 영화 서편제의 ‘진도아리랑’ 장면이 떠오르는지. 오목한 언덕기슭이 이 길과 닮아서인가. 넋을 잃게 하는 풍경이 조금 남아 있는 서정성을 자극하는 것인가. 아니면 항상 구름과 안개를 데리고 다니는 연하선경의 모습이 송화(오정해)와 동호(김규철)를 데리고 떠나는 유봉(김명곤)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영화의 장면과 이곳의 풍경은 묘하게 겹친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 사나

개똥 같은 세상 둥글둥글 사세

우리네 갈 길이 어드매뇨

노다 가세 노다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나

날 두고 가는 임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약장수와 다투고 다시 길 위로 나선 유봉과 송화가 아담한 오솔길을 만나 걸어오다 북 자락에 흥을 실어 어깨를 들썩들썩이며 부른 가락을 생각나는 대로 흥얼거려본다. 한바탕 놀고가고 싶지만 재주가 없다.

연하봉에서 장터목까지는 800m. 비교적 부드럽다. 장터목(1653m)은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산우들의 전진기지다. 예전에 함양과 산청 사람들 사이에 장이 섰다는 데서 유래한 목(牧)이다. 세석, 백무동, 중산리에서 오는 모든 ‘일출족’ 들이 여기서 묵는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 장쾌한 지리산 주 능선이 확연하고 서쪽의 해는 붉은 빛을 뿜으며 내일을 약속한다.

오후 5시가 되자 대피소 마당에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취사장보다는 전망이 좋은 대피소 앞에서 라면과 누룽지, 햇반을 내놓는가 하면 고기를 굽는 일행도 보인다. 대피소 안은 코로나 전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 128개의 침상이 3개 층에 걸쳐 마련돼 있고 각자 신발장도 만들어 분실하는 불상사도 없앴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밤 8시쯤 주변이 조용해졌다.

장터목 대피소는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내부엔 각자의 침상과 신발장도 따로 마련돼 있다. 지리산 대피소는 반드시 예약해야 이용 가능하고 보통 1박에 1만3000원 이다. 물과 햇반만 판매한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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