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아시아 최초' 타이틀보다 나라 빛낼 기회라 좋았어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선임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일평생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이 큰 의미가 있지 않지만, 지휘자로서 나라를 빛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을 맡게 된 지휘자 정명훈(72)은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음악감독을 맡게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명훈은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신임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1778년 개관해 2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 지휘자를 음악감독에 선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명훈은 라스칼라 극장을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라 스칼라 극장과는 36년간 사랑하며 지내다 갑자기 결혼하게 됐다"며 "유명 오케스트라가 음악감독직을 제안해도 거절했는데 라 스칼라 극장 만큼은 거절할 수 없었다"며 음악감독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라 스칼라에 대한 구상에 대해 정명훈은 "자세하게 말할 시기는 아니다"면서도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줄거리 등을 언급했다. 그는 "30여 년 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오텔로 녹음을 했는데 그때보다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라 스칼라 극장 측에 따르면 정명훈은 내년 말 임기를 마치는 리카르도 샤이를 이어 음악감독직을 맡는다. 2030년 2월 총감독 겸 예술감독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의 임기 종료까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을 총괄하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을 겸직하게 된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 감독으로서의 활동이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부산에선 음악과 오페라 청중을 키우고 애호가층도 높여야 한다"며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씨를 뿌리고 방향을 잡는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제가 저의 행보가 국내 클래식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시아 대표 공연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부산과 라 스칼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설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오페라의 성지'로 불린다. '오텔로',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많은 명작이 초연된 곳이며 세계적인 성악가와 지휘자들의 '꿈의 무대'로 손꼽힌다.
라 스칼라 극장 측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정명훈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인물로, 한국에서는 문화적 상징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합창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도 가깝고도 생산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음악감독이 아닌 인물 중 라 스칼라의 국제적 위상을 가장 크게 높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유수의 악단에서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 한국인 최초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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