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에 순식간에 사라진 구조물…붕괴 현장 옆에 주택 '아찔'
국도 34번 끊겨 상인들 '울상'
회사 주차장 개방 등 대부분 주민 소방 구조 작업에 협조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50m 위에서 건설 중이던 고속도로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조용하던 시골 마을의 일상도 무너졌다.
25일 오전 9시 50분께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에서 굉음이 울렸다. 청용천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충남 천안시 입장면 도림리에도 소리는 그대로 전파됐다.
세종-안성고속도로 다리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공사 현장에서 불과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집에 거주하는 A 씨(56·여)는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A 씨는 "마당에 있다가 갑자기 강아지가 짖어 왜 그러는지 봤더니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리가 무너지고 있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날 사고는 왕복 6차로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도로 상판을 설치하기 전 교각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작업자 10명이 이날 아침 현장으로 올라갔다. 상행선에서 하행선으로 건설장비를 옮기는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존에 설치돼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10명이 모두 50m 아래로 떨어졌다.
210m 구간 교각 위에 설치돼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모두 사라졌다. 건설 장비만 교각 위에 걸친 채 위태롭게 남아 있다.
사고 초기에는 현장이 경기 안성과 충남 천안에 걸쳐 있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최초 사고 접수는 충남소방본부에 접수됐다. 하지만 매몰자가 안성에서 많이 발견되면서 사고 현장 조사는 안성 소방과 경찰이 맡게 됐다.
특히 사고 발생 당시에는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작업자를 찾기 위한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현장 주변이 철저하게 통제돼 주민들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을 입구에서 현장 진입을 차단한 경찰은 출입 제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과 잇따라 마찰을 빚었다.
한 주민은 "마을 사람들은 통행을 하게 해줘야 하는데 자꾸 막아서니 언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가 천안에서 진천으로 가는 34번 국도 위로 떨어지면서 도로 통행도 중단됐다.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는 사고로 우회 운행했다.
도로가 끊기면서 사고 현장에서 2㎞ 떨어진 청룡저수지 주변 음식점들은 손님을 받지 못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천안 손님이 주로 방문하는데 도로가 끊겨 오늘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도로가 복구될 때까지 영업이 어려워 걱정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주민들과 업체들은 소방 및 경찰의 수색, 구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었다.
소방청은 매몰된 구조자를 찾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15분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경기소방, 충북소방, 중앙119구조본부(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시흥119화학구조센터, 서산119화학구조센터) 등을 동원했다.
편도 1차로의 작은 시골길에 중장비와 구급차 등 차량 수십대가 몰려 들었지만 주변 기업들이 주차 공간을 제공해 신속한 출동이 가능했다.
주식회사 삼신 관계자는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소방당국에 주차 공간을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구조 활동을 벌인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매몰돼 숨진 근로자 1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이로써 세종-안성고속도로 다리 건설현장 붕괴 사고 사망자는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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