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브로커-경찰 '승진 청탁' 재판…경찰 부끄러운 민낯
'승진 청탁' 의혹 재판서 경찰 간부급 친분 진술 이어져
검사, 경찰관들 휴대폰 언급도…"안티포렌식 수십번 사용"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검경 브로커와 현직 경찰관들 사이의 '승진 청탁 명목 뇌물 혐의' 재판에서 경찰들의 부끄러운 민낯들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는 11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 치안감(59)과 제3자뇌물교부 혐의로 기소된 광주경찰청 소속 B 경감(56), 제3자뇌물취득혐의로 기소된 검경 브로커 성모 씨(63)에 대한 속행 재판을 열었다.
A 치안감은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임 중하던 지난 2022년 1~2월쯤 광주의 한 식당에서 성 씨로부터 B 경감의 승진에 대한 청탁과 함께 2차례에 걸쳐 1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 경감은 2021년 12월쯤 성 씨에게 자신의 승진을 청탁하며 A 치안감에게 줄 1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A 치안감과 B 경감 모두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이날 재판에선 현직 경찰관에 대한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심문 등이 진행됐다.
피고인 심문을 받게 된 피고인 B 경감은 "성 씨의 경찰 영향력을 고려해 승진 목적으로 돈을 준 건 맞지만 당시 광주경찰청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준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특히 성 씨의 경찰 조직 내 영향력을 어떻게 알게 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제가 보는 자리에서 성 씨가 고위 경찰관에게 전화를 하더니 곧바로 제 근무평정을 알아냈다"고 진술했다.
또 "광주경찰청장은 물론 광주경찰청 지휘부와도 다들 친분이 깊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성 씨와의 통화에서 B 경감의 근무평정을 알려준 현직 고위 경찰관의 이름도 튀어나왔다.
B 경감에 앞서 증인 신문을 받은 현직 경찰관도 "성 씨와 골프도 많이 쳤지만 승진 청탁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 경찰 조직에 성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장, 총경급들과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A 치안감도 "성 씨와 여러차례 골프·식사를 한 건 맞다"며 "총경급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길래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 돈은 일체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검사는 증인 경찰관과 B 경감이 휴대전화를 바꾸고 대화 내역을 삭제한 것 등을 지적하며 "성 씨가 구속되고나자 경찰관들이 단체로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다 바꿨다"며 경찰관들의 증거인멸 시도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A 치안감의 경우 '포렌식 수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94차례에 걸쳐 휴대폰 내 자료들을 삭제했다고도 밝혔다. 안티포렌식 앱은 수사기관의 포렌식 수사를 막는 용도다.
이에 대해 A 치안감은 "휴대폰 일부 내용은 삭제한 게 맞지만 국가 기밀 등 공공 부분과 불필요한 사적인 부분을 수사기관에 노출하고 싶지 않아 삭제한 것"이라며 "공소사실과 관련된 내용은 은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 간부들이 A 치안감에게 자신이나 부하 작원의 승진을 부탁하는 ' 청탁' 메일을 수차례씩 보냈고, A 치안감이 별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검사의 발언도 나왔다.
A 치안감은 "이는 단순히 직원들이 자신이나 부하들이 승진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업무 관련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관련 청탁은 들어준 적 없고 공적 자리에서도 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 16일 오후 2시에 이들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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