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시길" 명절 연휴에도 제주항공 참사 광주 분향소 추모
위패 앞 국화꽃·음료·장난감…추모객 애도 가득
광주시 공무원들 번갈아가며 분향소 지켜…연휴 빠짐 없이 운영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이 아픔이 언제쯤 가실까요."
설 명절 연휴 첫날인 25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 참사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위패 앞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와 꽃다발이, 한 유족이 남긴 쪽지 위에는 커피 음료와 과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쪽지엔 '엄마, 누나. 언제든 외롭지 않게 기억하고 지켜줄게. 너무 고생만 하다 가네. 푹 쉬고 있어. 사랑해. 아주 많이 너무'라는 절절한 아픔과 그리움이 녹아있었다.
한 위패 앞에는 어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책들과 장난감들이 자리했고, 이를 본 추모객들은 깊은 눈시울을 붉히며 묵념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 10여명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광주에 거주하는 김형곤 씨 부부는 아이를 안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김 씨는 "참사가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 무안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를 이용했다. 이 참사가 우리에게도 벌어졌을 수 있었다는 생각과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승희 씨(45·여)는 이날 아침 KTX를 타고 내려와 곧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연말에 고향에서 황망한 참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찾아오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 사고만 없었더라면 이들도 가족들과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임수향 씨(29·여)도 "명절 연휴인데 마음이 착잡하다. 유가족들의 아픔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클 텐데 이렇게나마 아픔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분향소 한쪽에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픔 없이 좋은 곳으로 가시기 바란다' 등의 추모객들의 마음이 담긴 메모들이 줄줄이 남아 있다.
광주시 공무원들은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번갈아가는 방식으로 이곳 합동분향소를 지키며 혹시 모를 위패 사진 촬영 금지 등을 안내했다.
광주시는 최소한 희생자들의 49재가 끝날 때까지 이 합동분향소를 유지하고, 이후에는 유가족들과의 협의를 통해 운영 연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 합동분향소는 이번 명절 연휴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추모객을 받는다.
앞서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를 들이받고 폭발했다. 여객기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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