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참사' 원인은…비용 줄이려 쌓은 '6천톤 흙더미'(종합)
하청·재하청업체 실형·현산 관계자들·감리사 집행유예
50억 하청→11억 재하청…"안전할 길보다 빠른 길 선택" 일침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철거 중이던 건물의 붕괴로 시내버스 매몰사고를 낸 '광주 학동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일선 공사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공사비 절감이었다.
1심 법원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한 롱붐 굴착기 미사용'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무분별하게 쌓아올린 성토체의 무게' 때문이라고 결론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현대산업개발, 백솔, 한솔, 다원이앤씨, 감리사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백솔 대표와 한솔 현장소장은 실형으로 법정구속됐고, 감리사는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나머지 현산 관계자 3명과 다원이앤씨 관계자 1명은 원심과 동일한 금고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산은 벌금 2000만 원, 한솔과 백설기업은 벌금 3000만 원 형이 유지됐다.
이들은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와 감독 소홀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승객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학동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성토체의 무게'를 꼽았다.
철거업체는 높이 23m의 5층 건물을 해체하면서 건물의 무게를 견디는 보 5개 중 2개를 해체했다. 업체는 건물 내부에 흙을 채웠고 굴착기를 건물에 올리기 위해 건물 뒤편에 12m 높이의 성토체(흙더미)를 쌓아 올렸다. 이 성토체는 건물 4층 높이까지 쌓였다. 성토체의 무게는 최소 3000톤에서 6000톤에 달했다.
이 무게를 견디기 위한 하부층 보강 작업(잭서포트 설치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 성토체 무게를 견디지 못한 보와 건물은 한번에 무너지면서 함께 6차선 대로로 쏟아져 시내버스를 덮쳤다.
1심 법원은 2심과 동일하게 성토체 붕괴 미방지와 안전조치 미준수, 해체계획서 미준수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롱붐 굴착기 미사용'을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었다.
반면 항소심은 긴 붐 굴착기 사용이 해체계획서상 준수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해체 방법 미준수 등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변경된 판단은 피고인들의 감경사유로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솔기업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이 사건 해체 공사를 약 50억 원에 수주받았다. 그런데 한솔은 해체 공사의 상당한 비용을 차지하는 내부 철거 공사를 백솔에 11억 원을 주고 재하도급했다. 이 제한적 금액은 공사의 면적, 공사 기간을 고려할 때 해체 공사 소요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업계 도급 관계의 가장 아래에서 직접적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들은 공사 기간을 단축, 인건비를 아껴야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안전의 가치에 소홀하고 시간 단축과 인건비를 감축하려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이미 여러차례 경험한 참사에 산업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들이 법령에 마련돼 있었다. 건축물관리법이 2020년 5월 시행됐음에도 안전한 길보다 빠른 길을 선택한 결과,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고 되짚었다.
stare@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