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부녀화에 "소는 누가 키우노"…농번기 달라진 들녘
외국인 노동자들 고구마·고추 등 이식작업 분주
노인들 많아 마을공동급식…농작업 대행 서비스
- 박영래 기자
(영암=뉴스1) 박영래 기자 = 23일 오전 전남 영암의 한 들녘. 고구마 어린 순을 이식하는 30여명의 손길이 분주하다. 고구마 줄기를 줄지어 심으면 뒤를 따라 비닐을 덮는 멀칭작업이 한창이다.
가만히 다가서 보니 작업자들은 모두 외국인이다. 유일한 한국인인 농장주는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짓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농번기에 접어든 우리 들녘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농작업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지가 됐고,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마을공동급식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고령화와 부녀화로 사실상 농사를 지을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농협 등이 나서 농작업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한 상황이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수인력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없으면 농촌현장이 사실상 올스톱할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속속 들어와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올해 전남지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9630명이며, 현재까지 3400여 명이 입국한 상황이다.
나주와 영암에서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는 A 씨는 "지금 고구마 이식과 무 비닐작업, 고추 모종 이식 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감당이 안 된다"고 전했다.
고령화와 1인 노인가구 증가, 여성들의 노령화 등으로 농번기 농촌의 새로운 풍속도는 마을 공동급식이다.
바쁜 농번기에 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부족하고 그나마 노인 여성들의 일손도 농작업 등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자체가 일정 비용을 지원하는 마을 단위 공동급식은 새로운 풍속도다.
3월 말 기준 전남의 총인구는 178만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7%(49만명)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있다.
이 때문에 나주시의 경우 올해 7억 3000만 원을 투입해 15명 이상 공동급식이 가능한 마을에 농번기 중 연간 25일 이내 공동급식 비용을 지원한다.
나주시 관계자는 "영농활동을 하면서 식사 때가 되면 함께 모여 식사하는 형태인데 현장밀착형 지원사업이라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령 농업인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농협 등이 나서 농작업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확산하는 추세다.
고령농이나 독거여성농업인, 장애인 등 영세농을 대상으로 경운, 정지, 이앙, 두둑성형, 수확 등 농기계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농작업 대행 시 농가에서는 ㏊당 585만 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농협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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