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곡성에 65년 만에 들어선 소아과…"오픈런 탈출 너무 기뻐"
광주·순천·남원까지 '원정 진료'…"불편 해소·심리적 안정감"
고향사랑 지정 기부로 가능…전문의와 2년 계약
- 김동수 기자
(곡성=뉴스1) 김동수 기자 = "새벽마다 광주까지 가서 '소아과 오픈런'을 하면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곡성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2일 오전 전남 곡성군 곡성읍 보건의료원에서 만난 두 딸을 둔 엄마 한송이 씨(41)는 소아과 진료실로 들어서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평소 아이들을 데리고 60~70㎞ 떨어진 광주까지 '원정 진료'를 떠나야만 했다.
연차와 반차를 사용해 광주로 이동했지만 예약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고 예약을 아예 받지 않는 병원에선 무작정 대기하다 하루를 꼬박 보내기도 했다.
그는 "상시 진료가 가능한 소아과가 생겨서 매우 기쁘다"며 "이제 원정 진료와 소아과 오픈런은 탈출했다"고 웃었다.
7살 아이와 함께 의료원을 찾은 아버지 김자호 씨(57)도 "출퇴근시간을 조금씩 활용해 40~50분 걸리는 순천까지 이동했다"며 "가까운 곳에 소아과가 들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마저 든다"고 미소지었다.
이날 오전 소아과 진료실을 찾은 주민 10~20명은 광주와 순천, 남원 등 장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된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구 2만 5000명의 작은 도시인 곡성은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병원과 전문의가 없었다.
곡성에 소아과가 생긴 배경은 '고향사랑 기부제' 덕분이다. 고향사랑 지정기부('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를 통해 지난해 출장 진료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상시 진료 체제로 변화했다.
최용준 소아과 전문의(42)는 곡성군의 소아과 출장 진료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지자체와 2~3차례 협의를 진행한 끝에 65년 만에 소아과가 없던 곡성에 자리잡게 됐다.
곡성군은 지정기부를 통해 모은 기부금으로 최 전문의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이 소아과(곡성보건의료원)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수요일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다.
앞서 곡성(옥과 통합보건지소)에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장 진료 소아과를 운영 중이다. 출장 진료 소아과는 올해 연말까지 운영한다.
곡성군은 출장·상시 소아과에 이어 의대 졸업 후 5년간 곡성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소아과 시즌 3'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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