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시민군 "계엄 때 국회로 달려가는 모습이 광주정신"(종합)
돌린저 "'5·18 헬기사격 있었다…미래 세대 위해 자신 희생"
광주 명예시민증 수여…5·18 왜곡 시도엔 일침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데이비드 돌린저 박사가 헬기 사격과 전남도청 항쟁, 윤상원 열사와의 만남 등을 생생히 증언했다.
광주시는 14일 전일빌딩245 9층 강당에서 푸른눈의 시민군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에게 광주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돌린저는 수상소감을 통해 "광주 시민들은 제가 그들을 위해 해준 것보다 훨씬 많이 저를 도와줬다"며 "진심으로 영광이며 가슴 깊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명예시민증 수여에 앞서 전일빌딩245 5·18기념 '증인: 국경을 넘어' 기획전을 둘러봤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돌린저는 1980년 5월 21일 도청 인근에서 상공을 선회하는 군용 헬리콥터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함께 있던 지인이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상점 안으로 몸을 피하게 했다"며 "헬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도망쳤다"고 회고했다.
직접적인 사격 장면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광주의 한 응급실에서 확인한 엑스레이 사진이 헬기 사격을 확신하는 근거다.
사진에는 한 환자의 어깨에서 엉덩이까지 관통한 총상 흔적이 있었다.
돌린저는 "광주 시내에는 그런 각도로 사격할 수 있는 고층 건물이 없다. 그 정도로 사람을 관통한 탄환은 공중에서 날아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돌린저 박사는 광주에 남아있던 외국인 가운데 시민군 활동에 깊숙이 참여한 몇 안 되는 사례다.
그는 전남도청에 초대돼 출입증 제작을 돕고 외신 기자들과 시민군 사이에서 통역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시민군은 외국인 목격자가 있기를 바랐다. 폭력의 현장을 목격한 외국인의 존재는 국제 사회에 진실을 알릴 중요한 증거였기 때문이다"고 했다.
돌린저는 전남도청에서 하룻밤을 보낸 유일한 외국인으로 당시 불시 공격에 대비한 군인 감청을 했다.
도청을 사수하던 새벽 은퇴군인과 학생 2명과 나눈 대화를 생생히 기억한다.
은퇴한 군인과 나눈 대화를 회상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딸 세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마음이었다"고 증언했다.
5월 26일에는 도청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의 외신 기자회견 통역을 맡기도 했다.
윤상원 열사에 대해서는 "강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었고 외국인인 나에 대해 '이 사람은 광주시민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신뢰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세력에는 일침을 가했다.
그는 "당시 광주 시민들은 서로를 돌보고 억압에 저항했다"며 "시민들이 시를 장악했을 때는 평화롭고 모든 것이 정상작동했다"고 선을 그었다.
12·3 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우려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려기 위해 국회로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그것이 바로 광주정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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