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앞 회화나무의 눈으로 본 5·18은?…그림책 펴낸 선생님들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출간 '오월의 회화나무' 눈길
"5·18 참극 지켜본 나무, 태풍에 쓰러졌지만 영원한 상징으로"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피, 소총, 군홧발, 장갑차 등 5·18민주화운동 교육과정에 폭력과 군사적 이미지가 짙게 드리워진 것을 아쉬워한 광주 교사들이 '5·18나무'를 새로운 상징으로 하는 그림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17일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월의 회화나무' 북콘서트를 전일빌딩245에서 가졌다. 지난 2월 출간한 '오월의 회화나무'의 2쇄를 축하하고, 제작 후일담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오월의 회화나무'는 지난 2월 박미리, 정일승, 장준식, 이해중, 박선옥 등 광주 현직 교사 다섯명의 노력으로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인 '오월의 회화나무'는 5·18민주화운동의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200여년간 자리를 지켰던 나무다. 5·18당시에는 시민군이 나무 앞에서 참호를 파고 경계를 섰다.
2012년 강풍으로 뿌리가 뽑힌 나무는 결국 고사했고, 후계목이 대신 자리를 지키며 성장하고 있다.
책은 5·18 당시 피 흘리며 쓰러진 시민들과 주먹밥을 나누던 시민정신을 회화나무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태풍에 회화나무가 뽑히자 시민들은 회화나무와 저마다의 기억을 돌이키며 자식 나무를 찾아 새로운 회화나무로 가꾸는 과정을 담는다.
저자인 정일승 교사는 "문득 우리가 배우고 가르쳐 온 오월의 이미지가 군홧발과 탱크, 소총의 이미지로만 남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며 "민주주의와 공동체, 용기와 정의, 배려와 나눔, 오월의 정신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경남 거창의 한 초등교사는 "현대사를 가르치다 5·18 단원이 나오면 마음이 무겁다. 5·18도 먼 과거라 생각하는 아이들에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다"며 "올해는 '오월의 회화나무'를 수업에 활용해 어떻게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지 아이들과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교육의 본질과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주체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방탈출게임 '오일팔닷컴'이나 '5·18어린이 시·노래 만들기', 창작 뮤지컬 '회화나무 이야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가 하면, 전국 학교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업자료도 만든다.
지난 14일에는 학생이 주도하고 공동체 의식과 사회의식을 기르는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해 온 성과로 제31회 김용근 교육상을 수상했다.
이해중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오월의 회화나무 가지를 묘목으로 키워 전국 학교에 보급해, 전국의 학생들이 오월을 기억하도록 하고 싶다"고 향후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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