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5·18대변인 '윤상원'은 누구?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서 소개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들을 승리자로 기억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살아남아 역사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내일부터는 여러분들이 싸워주십시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노래로 기록된 오월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소개되면서 그의 생애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가보훈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의 여는 공연에서는 영상 '영원한 기억'을 송출했다. 소설과 노래로 기록된 5·18 민주유공자 문재학 열사와 윤상원 열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영상이다.
윤상원 열사는 1950년 8월 19일 전남 광산군 임곡면 천동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는 광주 광산구에 속하는 지역이다. 살레시오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삼수 끝에 1971년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생이 된 직후에는 외무고시를 준비하며 평범하게 생활했다.
1975년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한 윤상원은 친구 황철홍에게 김상윤이라는 이름의 선배를 소개받았다. 김상윤은 전남대학교 학생운동가로 당대 활동가들에게 '이론적 기둥'으로 통했던 인물이었다. 윤상원은 김상윤으로부터 학습 소모임에 참여할 것을 권유받았다. 이후 '역사란 무엇인가', '한국 노동문제의 구조' 등을 공부하며 사회 변화를 열망하기 시작했다.
1978년 2월 윤상원은 대학 졸업 후 주택은행 서울 봉천동지점에 취업했지만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해 8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시 광주에 돌아온 윤상원은 당시 활동가들에게 금서로 이론을 보급하는 거점이었던 녹두서점에서 활동했다.
1978년 10월에는 박기순의 권유에 의해 들불야학에 합류하게 된다.
1980년 5월 계엄이 터지자 윤상원은 18일 정오를 기점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광천동성당의 들불야학교실(성당교리실)에서 들불 강학들과 함께 은밀하게 전단작업을 시작하고 20일 강학동료들과 함께 '투사회보'를 제작해 배포했다.
5월 25일에는 광주 지역 민주인사들이 YWCA에 집결했는데 윤상원은 청년대표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무기 회수를 중단하고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 윤상원은 박남선, 김종배, 정상용, 윤강옥, 박효선, 김영철, 정해직, 이양현 등 뜻을 함께하기로 한 이들을 규합해 도청으로 갔다. 이들은 전남도청 2층 식산국장실에 진을 치고,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시도했다. 최후까지 도청을 지키기로 결의한 활동가들은 '민주투쟁위원회'로 이름을 지었다. 이때 윤상원은 도청항쟁지도부 대변인을 맡았다.
26일 오후 5시 윤상원은 대변인으로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러 외신기자들이 회견에 참여했다. 그는 외신기자들에게 지금까지의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 당시 회견장에 있었던 '볼티모어 선'의 브래들리 마틴 기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은 그의 눈빛이 그저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윤상원은 "우리는 오늘 패배한다고 해도 영원히 패배하지는 않을 겁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27일 새벽 4시, 마침내 군인들이 광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3공수여단 군인들이 도청 민원실 입구에 도착했다. 수류탄이 날아왔고, M-16 총탄이 비오듯 쏟아졌다. 군인들의 난사 직후 윤상원이 오른쪽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윤상원은 동료인 김영철에게 "형님 틀린 것 같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묘역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이 열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주최한 영혼 결혼식이었다. 신랑은 윤상원이었고, 신부는 들불야학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기순이었다.
이로부터 2달 뒤인 1982년 4월 황석영 작가는 두 사람의 영혼 결혼식을 기념하는 창작 노래극 '넋풀이'를 제작했다. 이 노래극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한편 윤상원 열사는 국립 5·18민주묘지 1묘역 2-11 묘소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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